'컨택트 Arrival'의 결말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컨택트'(위 첫 번째 사진)는 테드 창이 1988년에 쓴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를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SF 드라마다. 이 작품은 현재 제89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총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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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 매체 '콜라이더'(Collider)는 지난 2월 14일 '컨택트'가 DVD 발매와 아카데미상 각색상에도 후보로 오른 것에 때 맞춰 기획자이자 각색자인 에릭 헤이저러와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터뷰에는 '컨택트'의 결말 변경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겼는데 '컨택트'의 감독 후보로 올랐던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이 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단초도 엿볼 수 있었다.

'컨택트'의 영화화 작업은 '라이트 아웃', '더 씽',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나이트 메어(리부트)'의 작가이자 '아워스'의 감독으로 알려진 에릭 헤이저러가 기획과 각색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테드 창의 단편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마음먹고 각색에 돌입했고 제작사를 물색한 지 2년만에 21 랩스 엔터테인먼트 사와 마침내 제작에 합의했다.

21 랩스는 에릭 헤이저러가 쓴 각본을 마음에 들어했고 그 각본대로 영화를 찍기 원했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에릭 헤이저러와 의견 일치를 보였다고. 이후 에릭 헤이저러와 21 랩스는 여러 감독 후보들을 접촉했는데 최종적으로 원래부터 원작에 관심이 있었던 드니 빌뇌브 감독이 낙점되었다.

에릭 헤이저러가 각본의 초고를 완성했을 무렵 '프리즈너'를 찍고 있던 드니 빌뇌브 감독은 그와 처음 만난 후 작품에 대한 논의를 2달여 동안 계속했고 이후 서로 작업에 합의했다. 에릭 헤이저러는 작업을 할 때 작가를 존중하면서 계속 협의를 해가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업 방식을 마음에 들어했다고.

'컨택트' 시나리오 초기 버전의 결말은 인류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인류가 우주로 나가 식민지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안 외계인들이 마치 성궤와도 같은 항성간 이동 수단에 대한 설계도를 인류에게 선물로 준다는 내용이었다고. 하지만 이 결말은 항성 간 여행을 다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위 두 번째 사진)가 나오면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에릭 헤이저러는 인터뷰에서 그 일로 맥이 빠지기는 했지만 결말에서 외계인들이 인류에게 준 선물이 소통을 위한 그들의 언어가 가진 힘으로 바뀐 것은 '컨택트'가 지성과 감정을 포괄하는 작품이었기에 결과적으로 더 나은 결정이었음을 내비쳤다.

'인터스텔라'가 항성 간의 여행을 다루었기 때문에 '컨택트'에서 인류에게 남기는 외계인의 선물을 우주선 설계도에서 외계인의 언어로 바꾸었다는 것은 얼핏 납득하기가 힘들다. 국내 수입사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어라이벌'이라는 꽤 괜찮은 원래 제목 대신 굳이 1997년에 나온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위 세 번째 사진)와 모음만 하나가 다른 '컨택트'로 바꾸었다.

그런데 그 '콘택트'의 내용이 바로 외계인들이 보내온 신호가 은하계를 여행할 수 있는 우주선의 설계도라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앨리 박사는 그 설계도로 만든 운송수단으로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를 잠시 여행하고 온다.

한편 인터뷰를 보면 봉준호 감독이 '컨택트'의 감독 후보로 올랐다가 맡지 못한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제작사가 아닌 작가가 기획을 하고 이미 각본을 쓴데다가 그 각본에 대한 제작사의 신뢰도 상당했기 때문에 원작과 더 가까운 방향으로 시나리오를 새로 쓰겠다고 한 봉준호 감독과는 당연히 의견이 맞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작품 스타일과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드니 빌뇌브가 '컨택트'의 감독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에릭 헤이저러와 제작사도 봉준호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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