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설 Colossal, 2016' 리뷰, 후기(스포일러 있음)

'콜로설'은 스페인 출신의 나초 비가론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영화로,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 외에도 한국의 서울에 괴수가 나타나는 설정으로 인해 큰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콜로설'의 장르는 무엇일까?

'콜로설'이라는 제목은 '거대하다'는 뜻이지만 영화의 스케일은 크지 않다. '콜로설'은 한마디로 관객의 기대를 전복하는 영화다. '콜로설'은 장르의 관습들을 뒤엎는다. 나초 비가론도 감독이 펼쳐놓는 이야기들은 관객의 예상을 비켜나간다.

처음엔 주인공 글로리아가 겪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내적인 문제를 다루는가 싶더니 다음에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이야기가 전개되고 또 그런 줄 알았더니 심리 스릴러로 흐름이 바뀐다. 그러고는 괴수물로서 영화가 마무리 된다. 거기에 유머와 코미디, 그리고 판타지가 간간이 섞여 있다.

나초 비가론도 감독은 인터뷰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관습을 비틀기 위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앤 해서웨이와 제이슨 서디키스를 주연배우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감독은 하나의 작품 안에서 장르 비틀기와 다양한 장르를 믹스하는 야심을 보여주었고 그의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연출 덕분에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참신한 스타일의 괴수영화가 탄생했다.

'콜로설'은 괴수영화가 맞을까?

영화를 본 후에 드는 의문은 괴수영화를 만들기 위해 메인 플롯을 만들었는지, 메인 플롯에 괴수 출현이라는 서브 플롯을 붙였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초 비가론도 감독의 말에 따르자면 '콜로설'은 괴수영화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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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초 비가론도 감독은 저예산이지만 괜찮은 괴수영화를 찍고 싶다는 욕망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단지 괴수만 출현해서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없으니 처음에는 주인공 남자 둘이 서로 싸운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는데 주인공이 여자가 되면 더욱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지금의 메인 플롯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초 비가론도 감독은 이 영화를 가리켜 스펙터클 속에 드라마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드라마 속에 큰 블록버스터가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서울인가?

괴수가 등장하는 서울의 모습은 뉴스 푸티지 형식과 현장 장면을 섞어 편집했는데, 저예산임에도 기대보다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주었고 서울의 모습도 부정적으로만 묘사하지 않았다. 특히 엑스트라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그렇다면 '콜로설'은 왜 괴수가 나타나는 장소로 서울을 선택했을까?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 궁금증은 타당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라면 괴수가 나타난 장소는 별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된다. '콜로설'의 괴수는 심각한 재난물 안에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농담 같은 이야깃거리의 형식 속에 등장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콜로설'에는 특별히 감독이 내놓는 주제의식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괴수가 등장하는 장면을 일본에서 찍으려다 일이 틀어지자 그 대안으로서 감독의 방문 경험이 있는 서울이 선택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작품을 두고 '괴수가 나타나는 곳이 왜 하필 서울이냐? 기분 나쁘다'는 식의 반응은 한편으로는 어이없는 질문이라 하겠다.

'콜로설'이 담고 있는 의미는?

해외 관객 중에는 이 영화가 글로리아의 홀로서기에 관한 것이라는 반응이 있었는데 영화의 결말부에서 글로리아는 헤어진 남친인 팀이나 어릴 적 친구인 오스카,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오스카의 아바타(거대 로봇)를 멀리 날려보냄으로써 실제 오스카도 날려버린다. 이것은 나초 비가론도 감독이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적 성향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밝힌 의견에 부합하는 해석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미국인들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무고한 사람들이 수난을 당하는 국제적 현실에 대한 은유라는 정치적 관점의 의견도 존재한다. 나초 비가론도 감독도 이런 의견에 대해 작품에 대한 해석은 관객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지적이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일 수 있어도 영화의 메인 플롯이 괴수에게 수난을 당하는 서울과 한국인이 아니기에 그냥 하나의 개연성 있는 관점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이 영화의 진짜 주제의식은 기대를 전복하는 농담 같은 가벼운 이야기 자체에 있다. 심각한 주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글로리아가 "나의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가 바로 장르를 비튼, 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플롯과 스타일을 가진 이 작품의 주제의식이자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마찬가지다.

앤 해서웨이의 취중농담

'콜로설'은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오락성이나 작품성 면에서 최고의 작품은 아니지만 참신하고 독특한, 그리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절정부에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서울로 날아온 글로리아의 선택은 상당히 신선하고 유쾌하며 설득력 있는 반전이다. 또 앤 해서웨이가 여전히 상당한 매력을 보여주기에 그녀의 팬이라면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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