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형태 聲の形, A Silent Voice: The Movie, 2016' 마음을 움직이는 심오한 걸작

'목소리의 형태'는 일본에서 300만 부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이자 제19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생상 등 각종 만화상을 휩쓴 오이마 요시토키의 만화를 여성 감독 야마다 나오코가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이다. 교토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제26회 일본 영화 비평가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따분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초등학생 이시다(이리노 미유) 앞에 어느 날 청각 장애가 있는 전학생 니시미야(하야미 사오리)가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보다 늘 한 발 늦게 말을 알아들을 수밖에 없는 니시미야는 어쩔 수 없이 무슨 일에나 항상 웃는 낯으로만 아이들을 대한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들인 반 친구들은 민폐를 끼치는 니시미야를 따돌리는데 누구보다도 이시다가 가장 적극적으로 그녀를 괴롭힌다. 아이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니시미야는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그 후 이시다는 니시미야를 괴롭힌 아이로 낙인이 찍혀 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

그로부터 6년 후, 외톨이가 되어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한 이시다는 죽기 전에 니시미야를 찾아가 잘못을 빌기로 한다. 그렇게 만난 이시다와 니시미야는 다시 한 번 자신들을 되돌아 보게 된다. 둘은 과연 스스로를 용서하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목소리의 형태'는 강렬한 주제와 이야기, 그리고 압도적 연출력을 보여주는 놓치지 말아야 할 걸작 애니메이션으로, 단순히 따돌림을 당하던 청각 장애 소녀와 그녀를 괴롭히던 소년의 참회를 그린 도덕률의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는 묵직한 메세지를 담은 작품이다.

극중에 '니시미야도 우리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는 우에노의 항변처럼 가해자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며 소통의 부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작품도 아니다. 오히려 집단 따돌림의 문제를 앞에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사실상 인간의 자기 구원에 대한 신랄한 물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간혹 이 작품이 원작 만화보다 깊이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는데, 그 이유는 원작에서도 해결될 수 없는 태생적인 인간 근본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만화와 영화 모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인간은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 성인과 아이, 집합적인 단위의 민족과 국가 할 것 없이 자기 중심적인 존재이고, 모두가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 스스로의 행위에 의한 구원은 있을 수 없다. '그래도 노력할 수밖에는 없다'는 말만으로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제목인 '목소리의 형태'는 아마도 누구 하나 똑같을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의 형태'를 말하는 듯하다.

원작 만화의 주요한 메시지, 그리고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 연출과 각본은 원작만큼이나 훌륭하다. 원작의 불필요한 부분을 잘 골라서 적절하게 덜어내고 다듬은 각본은 그 자체로도 충분하고 만화와 다른 애니메이션의 매체적 특성을 잘 살린 연출은 압도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섬세하다. 특히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한 절정 장면은 니시미야의 아픔이 불꽃놀이의 아름다움과 대비되어 강렬한 비장미를 준다.

해외 평론가와 팬들은 이 작품이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과 감정들이 등장하지만 성인들이라고 해서 다를 수 없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며 이야기의 사실적인 아름다움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고 호평했다. 거기에다 그림이 갖는 부드러운 색감과 조명에 대한 칭찬도 적지 않다. 아래 두 번째 영상은 아이코가 부른 주제가 '사랑을 한 것은'(恋 を し た の 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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