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긴 변명 永い言い訳, The Long Excuse, 2016' 모토키 마사히로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주 긴 변명'은 '유레루'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2015년 2월에 같은 제목의 소설을 출간한 이후 그 소설을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드라마다.

유명 작가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는 무명 시절 자신을 뒷바라지한 미용사 아내 나츠코(후카츠 에리)와 사이가 좋지 않다. 그녀에 대한 미안함과 낮은 자존감이 그 이유다.

나츠코가 친구 유키(호리우치 케이코)와 함께 스키 여행을 떠나자 사치오는 젊은 편집자인 치히로(쿠로키 하루)를 집으로 불러들여 밤을 보낸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버스가 절벽에서 추락해 나츠코와 유키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이 온다.

아내의 장례가 끝난 뒤 어느 날, 사치오는 유키의 남편인 요이치(타케하라 피스톨)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를 만난다. 그 자리에는 요이치와 유키의 아이들인 신페이(후지타 켄신)와 아카리(시라토리 타마키)도 나온다. 두 아이가 엄마를 잃은데다가 아빠마저 트럭 운전사라는 직업 때문에 늘 집을 비워야 하는 처지인 것을 알게 된 사치오는 충동적으로 그 아이들을 돌봐주겠다고 제안하는데.

'아주 긴 변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스승으로 여기고 그의 뒤를 잇는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인간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담긴 또 한 편의 감성 드라마다.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죄책감, 그리고 자기 혐오로 가득한 주인공 사치오가 요이치와 유키의 아이들을 돌보면서 아내와 자신을 되돌아보고 결국에는 자신을 붙들고 있던 상처를 보듬고 일어서는 이야기다.

그러나 나쁜 남자이긴 해도 최악의 남자는 아닌 사치오의 캐릭터를 생각해볼 때 그가 나츠코와 소원해진 이유와 요이치의 아이들을 돌보기로 한 동기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렇기에 사치오의 선뜻 이해하기 힘든 결정과 행동을 자기 구원을 위한 속죄의 행위로 그리려한 것인지, 아내를 잃어버린 상실감과 자기혐오를 극복하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그리려한 것인지는 모호해 보인다.

한편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희생자들과 가까운 유족 사이에 풀지 못하고 남은 문제들이 집단적인 추모의 흐름 속에서 그냥 덮여버리고 마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해외 평단은 '드라마와 코미디를 균형 있게 아우르는 솜씨', '의례적 해피 엔딩이 아닌 수긍이 가는 카타르시스', '동지애와 성장, 가족의 유대를 영리하고 정직하게 그려낸다' 등의 호평을 냈지만 팬들은 영화가 주는 감동에 동의하면서도 사치오가 너무 쉽게 아이들을 돌보기로 결심하는 이유와 그 설명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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