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계 毒。诫, Dealer/Healer, 2017' 유청운의 마약, 계명

'독계'는 홍콩 기업인 피터 챈의 실화에 바탕을 둔 홍콩 범죄 드라마로, 사실주의 상업영화 감독 유국창이 연출을 맡았다. 피터 챈은 이 영화에 기획자로 참여했는데 그의 이야기는 1995년에도 TV드라마 '자운산십삼태보'로 제작된 바 있다.

16세 때부터 '13인의 무사'에서 이름을 딴 '자운산 13인의 무사'라는 별명으로 친구인 묘자(장진), 나팔(임가동) 등과 함께 패싸움을 일삼던 화(유청운)는 1974년 홍콩 구룡시 자운산 지역의 조직에서 건달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 캐롤(강일연)은 마약상이자 중독자이면서 싸움까지 일삼는 화에게 점점 지쳐간다.

한편, 조직 몰래 다른 구역에서 마약을 팔다가 들킨 화와 친구들은 중간 보스인 할리(고천락)에게 쫓기게 된다. 화와 묘자, 그리고 나팔은 할리 일당의 추적을 피해 겨우 화의 집으로 돌아가지만 캐롤은 보이지 않고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게 체포당한다. 이후 교도소에서 5년을 보낸 화는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살아가는데.

'독계'는 액션 범죄물이라기보다 한 인간의 삶과 참회에 집중하는 휴먼드라마라 할 수 있다. 영화는 1970년대와 80년대 홍콩의 디테일과 분위기를 잘 살렸지만 서사에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데, 서브 플롯이 산만한데다 플래시백이 많고 편집이 거칠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화의 과거와 변화하는 삶의 과정에 집중하지 못하고 진행이 느슨하다. 또 각각의 서브 플롯인 화와 친구들 사이의 우정, 캐롤과의 사랑, 할리와의 화해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그려지지 못하고 삐걱거린다. 특히 여파를 주는 잦은 플래시백은 감정이입에 효과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방해만 된다.

피터 챈(Peter Chan Shun Chi)은 홍콩 삼합회의 일원인 마약상이자 마약중독자였다가 1975년 재활치료를 받고 기독교인이 되었다. 그는 감옥에서 5년간 복역한 후, 마약중독자 재활 사회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봉사했다. 그리고 조직들 간의 문제를 중재하는 역할을 자청해 사람들에게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87년 'JCI 홍콩 10대 청년 기업가상'을 수상한 피터 챈은 현재 부동산 개발 그룹 화 레이 시티의 대표로 있다. 영화의 제목인 '독계 毒。诫'는 마약과 계명이란 뜻으로, 그의 삶을 상징한다.

해외 평단과 팬들은 영화가 설교조가 아님에도 마약상(dealer) 화의 모습을 그린 전반부가 치유자(healer) 화의 모습을 그린 후반부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일부 팬들은 이 영화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오우삼 감독의 '첩혈가두'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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