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 Mother!, 2017'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하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

영화 '마더!'는 '노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은 미스터리 호러 심리 스릴러다.

시인인 남편 그(하비에르 바르뎀)와 아내(제니퍼 로렌스). 두 사람만이 사는 평화로운 집에 뜻하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남편은 자신의 직업을 의사라고 밝힌 남자(에드 해리스)를 뜻밖에도 환대한다. 곧 남자의 아내(미셸 파이퍼)까지 그 집에 들이닥치는데, 그녀의 가방 속에는 시인의 사진이 들어 있다.

낯선 부부에게 불안감을 느끼는 아내. 하지만 남편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손님 부부의 행동은 무례하기 그지없어 집 안을 어지르는 것도 모자라 시인이 소중하게 아끼는 원석마저 깨트리고 만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부부의 두 아들인 형(도널 글리슨)과 동생(브라이언 글리슨)까지 찾아오면서 아내는 점점 더 큰 불안감에 휩싸이는데.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단 5일 만에 각본 초고를 써냈다는 '마더!'는 집을 세계의 축소판으로 놓고 성경의 창세기 이야기를 은유한 일종의 어두운 우화다. 등장인물들은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상징적 역할 때문에 굳이 이름이 나오지 않아도 그들이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하는 시인은 크레디트에서 '그'(Him)로 나오는데 첫 글자가 대문자인 데서 알 수 있듯 신을 상징한다.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하는 마더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이아, 즉 대지의 여신을 의미하는 자연 그 자체다. 거기에 아담과 이브를 상징하는 부부와 인류 최초의 살인을 저지른 카인과 아벨 형제를 상징하는 두 아들까지 등장한다. 극중에서 싱크대가 부서지고 마더가 울분을 토한 후 손님들이 모두 집을 나가버리는 장면은 노아의 홍수를 은유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영화의 가제가 성경에서 하나님이 세상과 인간을 창조한 여섯째 날을 의미하는 'DAY 6'였다고 소개했다. 이 영화를 인류에게 울리는 경종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영화의 공개를 앞두고 발표한 성명서에서 세계 인구가 80억 명에 가까워짐에 따라 환경 파괴와 재앙, 분열과 전쟁,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인류는 그 사실들을 부정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마더!'는 컨셉과 스토리텔링이 독창적이라고 볼 수는 없는데, 특히 손님 부부 아들들이 등장한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의 전개와 은유를 담은 묘사는 진부한 편이다. 플롯은 초반에 미스터리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이어지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충격을 주는 장면들이 넘쳐나지만 새로울 것은 없다. 영화의 설정이 성경과 세상을 상징하는 이야기라서 더 그렇다.

'마더!'만의 특별한 점을 들자면 마더(제니퍼 로렌스)는 오프닝과 클로징 씬을 제외하고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데, 그녀의 클로즈 샷과 시점 샷, 오버 더 숄더 샷의 비중이 거의 절반 가까이나 된다. 또 특이하게도 영화 속에서 음악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데, 불안감을 조성하는 음향효과는 잘 만든 음악만큼이나 효과적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 영화가 루이스 브뉴엘의 영화 '학살의 천사'(1962)와 에코페미니즘을 바탕으로 한 수잔 그리핀의 저서 '여성과 자연'(1978)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학살의 천사'는 디너 파티 후 저택에 감금된 사람들이 최후의 심판날에 처한 듯한 상황 속에서 놓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부르주아 사회의 위선을 풍자한 작품이며 '여성과 자연'은 서양의 철학과 종교가 여성과 자연에 대한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언어와 과학을 이용했는지를 분석한 책이라고.

해외 평단은 '마더!'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최근에 나온 가장 대담하고 기이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는 등의 호평이 많지만, 관객을 양편으로 갈라놓는 논란의 영화라는 공통된 의견 속에 그런 논란이야말로 감독이 바라는 것이며 그 논란 뒤에 숨어버린 작품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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