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더 비기닝 American Assassin, 2017' 딜런 오브라이언의 CIA 요원 되기

'어쌔신: 더 비기닝'은 2010년에 출간된 빈스 플린의 스릴러 소설 '아메리칸 어쌔신'을 미드 '홈랜드' 시리즈를 연출했던 마이클 쿠에스타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긴 액션 스릴러다.

스페인 이비자에서 휴가를 보내던 미치 랩(딜런 오브라이언)은 테러범들의 무차별 총기난사로 여자친구를 잃는다. 18개월 뒤, 그는 홀로 몸을 단련하며 테러범들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테러리스트들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한 미치는 복수의 기회만을 노리지만 갑자기 습격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구출된다.

미치를 눈여겨본 CIA 부국장 아이린(산나 라단)은 그에게 CIA의 비밀 조직 오리온 팀의 요원이 될 것을 제안한다. 미치는 네이비씰 출신 교관 헐리(마이클 키튼) 밑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은 뒤 핵테러를 일으키려는 테러범 고스트(테일러 키취)를 제거하는 작전에 투입되는데.

'어쌔신: 더 비기닝'의 원작은 2천만 권이 넘게 팔린 빈스 플린의 베스트셀러 '미치 랩' 시리즈의 11번째 소설로서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미치 랩은 처음에는 비공식 요원이었다가 공식 요원이 된 CIA 반테러리즘 비밀요원으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것보다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는 캐릭터다. 빈스 플린은 9.11 테러 사건 등을 보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CIA 요원들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영화는 소설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게 각색되었다.

3,3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중급의 제작비를 들인 '어쌔신: 더 비기닝'은 평범한 스토리에 진부한 묘사로 별 개성이 없는 첩보 스릴러물에 머물고 말았다. 특히 미치의 캐릭터를 제이슨 본이나 제임스 본드, 그리고 에단 헌트 같은 다른 비밀요원 캐릭터들과 차별화하는 데 실패하고 액션 씬에서도 독창적인 면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시리즈 첫 편으로서 성공적 결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 '미치 랩' 시리즈는 전체 영화화 판권이 팔렸으나 '어쌔신: 더 비기닝'의 수입이 지금까지 6,400만 달러에 그쳤고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해 후속편이 제작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볼 만한 장면은 클라이맥스의 수중 핵폭발 씬으로 비록 CG의 완성도가 부족하긴 하지만 재난 영화에 필적할 만한 압도적 규모와 비주얼을 선사한다. 극중에서 핵폭발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미해군 전함의 이름은 플린함으로, 원작자 빈스 플린에게서 따왔다고.

'어쌔신: 더 비기닝'에 대해 해외 평단은 다소 부정적이다. 마이클 쿠에스타 감독은 드라마적 요소에 강점이 있는데도 이야기의 깊이를 버리고 성급하게 B급 오락영화들의 기교를 따라가는 데 치우쳤으며, 후반부에는 영화의 톤이 달라지면서 리얼리티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헐리 역에 생명을 불어넣은 마이클 키튼의 노련한 연기는 칭찬을 받았다. 팬들의 경우에도 '재미는 있지만 새로울 것이 없다', '할리우드는 좋은 책을 가져가서 나쁜 영화를 내놓는다'는 등 부정적 반응이 좀 더 많은 편이다.

한편 미치 랩은 미드 '24'의 주인공 잭 바우어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영감을 준 캐릭터로 알려져 있으며, 빈스 플린은 미드 '24'의 다섯 번째 시즌에 스토리 컨설턴트로 참여하기도 했다. 빈스 플린은 13번째 소설을 펴낸 후 2013년 전립선 암으로 사망했으며 이후 작가 카일 밀스가 미치 랩 시리즈를 이어 받아 3권을 더 출간했다. 가장 최근작은 카일 밀스가 쓴 '국가의 적'으로 2017년 9월에 책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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