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룡 追龍, Chasing the Dragon, 2017' 견자단과 유덕화가 그리는 홍콩의 범죄 역사

영화 '추룡'은 홍콩 범죄 액션 드라마로, 왕정과 관지요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왕정 감독은 기획과 각본을, 관지요 감독은 촬영을 함께 담당하기도 했다. 관지요 감독은 '콜드 워' 시리즈 등의 촬영 감독 출신으로, 이 영화는 그의 연출 데뷔작이다. 주인공인 호와 록 역을 맡은 견자단과 유덕화는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1963년. 중국에서 영국 지배하에 있던 홍콩으로 밀입국해 범죄세계에 발을 들인 호(견자단)는 두둑한 배짱과 싸움 실력으로 부패 경찰인 록(유덕화)의 눈에 든다. 호는 록의 비호 아래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권력 지향적인 록도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경무관으로 승진한다.

어느 날 호는 자신의 한쪽 다리를 잃는 부상을 무릅쓰면서까지 록의 목숨을 구하고 그때부터 둘은 의형제 같은 사이가 된다. 록은 이권과 인맥으로 경찰에서 권력을 얻고 마약 등 부정한 방법으로 큰 재산까지 축적한다. 호도 그와 더불어 홍콩 암흑가의 제왕이 되어 가는데.

'추룡'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1991년에 제작된 반문걸 감독의 '파호'와 유국창 감독의 '여락'을 새롭게 리메이크했다. 영화는 겉보기에 일종의 갱스터 느와르 장르지만 액션을 강조하기보다는 인물들을 파고드는 전기 드라마에 가깝다. 견자단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극중 액션 씬은 홍콩영화 특유의 과장되고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도그 파이트 같은 사실적인 액션을 보여준다.

영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호와 록, 두 사람에게 일어난 일들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는데, 그 속에 VFX와 미술의 힘을 빌려 당시의 홍콩 모습과 사회상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할리우드 갱스터물이나 한국 범죄 느와르물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스타일이 그리 매끄럽지는 못하다. 다소 느슨한 각본은 극적인 구성을 강조하다 보니 배후 음모와 플롯의 연결, 일관성이 부족하다.

'파호'의 제작자이기도 했던 왕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영국의 식민지배를 비판하고 중국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홍콩 반환과 함께 홍콩을 떠나는 이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또 과거 홍콩영화의 전성기에 대한 향수와 당시처럼 홍콩영화를 되살리고픈 야심도 엿보인다.

'추룡'에서 견자단이 연기한 호와 유덕화가 연기한 록은 홍콩 현대사에서 악명이 높은 실제 인물들에 바탕을 둔 캐릭터로, 각각 한때 홍콩 마약 범죄를 주도했던 응석호와 부패척결로 유명했으나 사실은 홍콩 역사상 가장 부패한 경찰이었던 루이 록을 모델로 했다. 응석호와 루이 록은 그 특별한 이력으로 인해 홍콩의 많은 영화와 TV 시리즈 주인공으로 다루어졌는데, 특히 유덕화는 '여락' 1, 2편과 이 작품을 포함해 루이 록의 역할만 세 번을 맡았다.

응석호는 조주 출신의 갱으로, 홍콩 마약밀매 4대 패밀리 중 하나였으며 30톤 이상의 마약을 거래했다고 한다. 그는 1975년 체포되어 30년 형을 선고 받고 1991년 석방된 후 약 15일 만에 간암으로 사망했다. 루이 록은 부정한 재산 축적으로 1973년에 창립된 ICAC(부패방지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되자 대만으로 이주했고 2010년 캐나다에서 위암으로 사망했다. 그가 당시에 축적한 재산은 5억 홍콩 달러에 이른다는 설이 있다.

해외 평단과 팬들의 반응은 '시대적 디테일을 잘 살린, 오랜만에 나온 왕정 감독의 수작'이라는 긍정적 시선도 있으나 대체로 부정적 평가가 더 많았는데, '왕정 감독의 아마추어 같은 스토리 텔링 실패', '이야기가 고르지 않고 별다른 설명 없이 점프가 많다', '실제 사건과 인물들을 미화하고 왜곡하고 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견자단의 연기가 나쁘진 않지만 액션 배우로서 더 잘 어울린다', '정치적인 견해가 중국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한편 '용을 쫓는다'는 영화의 제목은 광둥어 속어로 마약 중독자들이 헤로인을 녹여 사용하는 방법을 의미한다고. 엔드 크레디트 때 에필로그라 할 수 있는 상당히 비중 있는 부가영상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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