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맨헌트 追捕, Manhunt, 2017' 오우삼 감독의 여전한 장기와 시대착오적 플롯의 조합

영화 '맨헌트'는 홍콩 액션 스릴러로, 1976년에 제작된 사토 준야 감독의 일본영화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를 오우삼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오우삼 감독은 연출 외에 각본도 담당했고 '사대명포' 시리즈의 진가상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사카이(쿠니무라 준)가 이끄는 일본의 거대 기업 텐진 제약에서 일을 맡았던 유능한 변호사 두 추(장한위)는 자신의 집에서 발견된 여인의 시신 때문에 갑작스럽게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조작된 증거들은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담당 경찰관은 그를 사살하려고까지 한다.

두 추는 가까스로 경찰을 따돌리지만 노련한 일본 경찰관 야무라(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계속 쫓긴다.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려는 두 추는 그날 밤 함께 있었던 여인 마유미(치웨이)를 찾아가는데, 의문의 킬러 레인(하지원)과 던(엔젤레스 우)이 그의 목숨을 노린다. 과연 두 추는 결백을 증명하고 사건의 배후와 음모를 밝힐 수 있을까?

영화 '맨헌트'의 원작인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는 일본의 사회파 추리 소설가 니시무라 쥬코가 1974년에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오우삼 감독은 자신의 우상이었던 배우 다카쿠라 켄을 기념할 자료를 찾다가 그가 주연으로 나왔던 그 영화를 리메이크하게 되었다. 오우삼 감독에 따르면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보여줬던 이미지와 스타일은 다카쿠라 켄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3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이 작품은 모든 촬영을 일본에서 진행했는데, 진가상 감독의 '풍운대전'을 촬영했던 이시자카 타쿠로가 촬영을 맡고 '살인의 추억'과 '태평륜'의 음악을 맡았던 이와시로 타로가 음악을 담당하는 등 일본 스태프도 대거 참여했다. 하지원이 연기한 레인의 동료 던 역의 엔젤레스 우는 오우삼 감독의 친딸이며, 두 추와 야무라 역으로 원래 고려되었던 배우들은 금성무와 기무라 타쿠야였다고.

영화는 오우삼 감독 특유의 과장된 연출 스타일과 편집, 그리고 슬로우 모션을 활용한, 마치 발레를 보는 듯한 액션 씬을 볼 수 있지만, 할리우드 영화의 관습과 스타일이 많이 첨가되어 예전만큼 오우삼 감독만의 개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또 원작이 오래되다 보니 이야기 자체는 진부하고 개연성이 없으며 서브 플롯은 복잡하다 못해 난잡하기까지하다.

캐릭터 묘사의 깊이도 얕은데다가 한중일 세 나라의 배우들을 모으다 보니 언어뿐 아니라 연기 스타일들도 제각기 달라서 좀처럼 배역에 녹아들지 못한다. 특히 배우들의 영어 연기는 상당히 어색한 편인데, 차라리 홍콩에서 중국 배우들만 데리고 광둥어로 리메이크 했더라면 더 나았을 듯하다. 오우삼 감독은 원래 중국과 한국 배우를 기용해 한국에서 영화 전체를 촬영할 생각을 했었다고.

해외 평단은 '맨헌트'가 유치한 대사와 어처구니 없는 플롯을 보여준다며 액션 마에스트로가 악보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꼬집었으나 오우삼 감독은 원래 스토리에 강하지 않고 대사가 유치했다며 '맨헌트'가 즐거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옹호하는 평가도 있었다.

팬들도 부정적 반응이 많은 가운데 '오우삼 감독이 '첩혈쌍웅' 스타일로 다시 돌아왔다', '이야기는 터무니없고 연출이 구태의연하지만 액션 씬만큼은 오우삼 감독답게 역시 훌륭하다', ''영웅본색'처럼 계급 사회에 대한 비판이 들어 있다', '자신의 이전 영화들을 그저 카피한 데 지나지 않는다', '그의 장기가 드러나는 액션 씬 빼고는 볼 것이 없다', '오우삼 감독의 팬들만을 위한 영화' 등의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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