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영웅의 귀환, Review

=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영웅이 돌아왔다. 그 영웅은 바로 천재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를 말한다.

인간판 히어로물인 '킥 애스: 영웅의 탄생 Kick-Ass, 2010'으로 아주 강한 인상을 남긴 매튜 본 감독은 '킥 애스'에서 보여준 자신만의 톤을 심화시켜 '엑스맨' 시리즈를 더 진지하고 다크하게 재창조해냈고 그 시도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물론 이런 유행의 시작은 단언컨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는 매튜 본이 이룬 성과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런데 그 매튜 본이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각색에도 참여했다. 두 천재가 함께한 영화였으니 어떻겠는가? 죽어가던 '엑스맨' 시리즈를 매튜 본 감독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X-Men: First Class, 2011'로 다시 살려놓았다면 브라이언 싱어는 살려놓은 '엑스맨' 시리즈를 진정한 퍼스크 클래스급으로 완성시켜 놓았다.  

'엑스맨' 시리즈는 SF 판타지물이면서 태생적으로 만화 원작이 영화의 출발점이어서 컨텐츠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한계를 어떻게 하면 잘 극복하면서 컨텐츠를 새롭게 재창조해낼 수 있을까? 그것이 작품을 핸들링하는 제작자의 능력일 것이다.

매튜 본과 브라이언 싱어는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철저하게 더 현실적으로 만들었다. 현실을 빗대는데서만 그치지 않고 실제 역사와 가상의 역사를 교묘히 설득력 있게 섞어서 슈퍼 히어로들을 현실의 군중들 속으로 끌어들였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마치 돌연변이 히어로들이 실제 세계에 존재할 것 같은 착각을 갖는다.

'엑스맨'은 시간 여행이라는 외피를 가진 영화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조금 복잡한 전개를 거듭하는데 그 형식과 주제의식이 절묘하게 잘 들어맞는다. 베트남전을 과거 시대 배경으로 설정해 드라스크 박사가 미국 측에 '두 번의 전쟁을 모두 다 질 수는 없다'며 돌연변이들과의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장면은 인간과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더우기 그 시대를 잘 고증해낸 영화의 분위기는 관객들을 아련한 추억으로 이끌면서 영화 속의 시간 여행에 빠져들게 만든다. 다시 곱씹어도 참 대단한 각본이다.

시간 여행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들이 과거에서 일어난 사건은 미래인 현재의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식의 설정이 되어 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조금 다르다. 과거의 일이 미래에도 영향을 주긴 하지만 미래도 과거의 사건에 기여를 한다. 자비에르는 영화에서 잠시 미래를 내다본다. 과거의 자비에르는 미래의 자신과 접속하고 강력한 충고를 듣는다.

우리에겐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서 우리가 이미 지나왔던 과거로 돌아가 결과를 바꾸려는 그들을 우리는 현재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역사를 부정할 수 없고 그렇기때문에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올바른 길을 돌연변이들이 분명히 보여줄 수 있다는 자비에르의 말처럼 공존의 길을 가려면 우리도 과거와 미래의 세대가 함께 손을 맞잡을 수 밖에 없다. 영화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감상이다.

미래를 그리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왜 미래를 암울하게만 그릴까? 그건 인간의 본성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현실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듯 유사 이래로 이 지구에는 전쟁이 없었던 시절이 거의 없었다. 그뿐인가. 현실은 누구에게나 고난 투성이다. 현실이 이런데 미래라고 다를까?

그래도 남아있는 게 있다. 바로 희망이다. 고난과 함께 희망도 인류와 그 긴 시간을 같이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스 신화가 그렇게 말했고 영화에서 미래의 자비에르도 똑같이 말한다. 희망이 남아있다고. 맞다. 희망마저 없다면 사람이 어떻게 이 지독한 현실을 견딜 수 있겠는가? 그래서 미래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들이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리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맺는다. 

영화가 모두 심각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각각의 캐릭터와 시대 배경에 어울리는 재치있는 대사는 적재적소에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고 비주얼은 그 탄탄한 이야기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뒷받침해준다.

퀵실버가 공간은 그대로 둔 채 시간을 아주 잘게 쪼개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은 몸놀림을 보여주는 장면은 가히 영상혁명이라 할 만했다. '매트릭스'에서 워쇼스키 형제 감독이 보여준 '불렛타임' 기법의 시각효과가 신선하고 유려해도 이질감이 조금 있었다면 퀵실버가 활약하는 조리실 씬의 시각 효과와 장면 연출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내용과 형식에서 완성도가 높고 그 결과로 관객에게 깊은 통찰을 준다. 만화가 원작인 히어로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되다니... 이쯤되면 예술 작품이라 불릴만하다. 영화가 마치 고전 예술 작품을 보는 것처럼 아주 우아하다. 한마디로 최고의 블록버스터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서도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주는 여운에서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었다. 시간여행을 하는 히어로들은 시간이라는 역사에서 벗어난 존재들이다. 인간은 어떤가? 인간은 시간과 역사 속에 갇혀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어쩌면 인간은 그 역사를 초월하고자 신을 찾는지도 모른다. 

P.S  센티넬들을 보면서 왜 만화 '진격의 거인'의 거인들이 생각날까?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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