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의 생존법 '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리뷰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일본의 라이트노벨 '올 유 니드 이즈 킬 All You Need Is Kill'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헐리우드는 질좋은 콘텐츠라면 국적이 문제가 아니다. 그뿐이 아니다. 자기복제도 충실하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보면서 생각나는 영화만해도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 '스타쉽 트루퍼즈 The Starship Troopers, 1997', '매트릭스3 레볼루션 The Matrix Revolutions, 2003' 등이다. 하나같이 명작들이다.

'사랑의 블랙홀'의 구조에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상륙전 전투씬을 가져오고 '스타쉽 트루퍼즈'의 병사들이 '매트릭스3 레볼루션'을 연상케 하는 슈트를 입고 기계와 닮은 외계 생물체 미믹들과 싸운다. 하지만 그 영화들을 무작정 베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만큼 잘 조합해서 새로운 영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관객이 어디서 본 듯은 하다는 느낌은 금방 잊고 영화에 빠져들 만큼 영악하게 잘 만들었다. 각본, 연출, 효과, 연기 다 흠잡을 데가 없다. 단 가슴을 뒤흔들어 놓는 매력 그 무언가가 없다. 아쉬운 점이다. 비유하자면 영화가 아주 특출난 것 하나는 없어도 모든 성적이 우수한 학생 같다.

'사랑의 블랙홀'이 고통없는 시간의 리셋 속에서 점차 사랑을 얻는 행운이었다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고통을 동반한 시간의 리셋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는 저주라는 점이 다르다. 무한 루프처럼 그 시간들이 반복되고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동일한 고통의 반복 속에 있다면 그건 행운이 아니라 저주일 것이다.

시나리오는 반복되는 시간과 이야기의 진행을 절묘하게 잘 조절했다. 없앨 건 확 없앴고 꼭 필요한 건 남겨두었다. 그 결과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고 논리의 허점도 상쇄되었다. 그 속에서 절제된 로맨스도 간을 정확하게 맞춘 음식처럼 알맞게 들어간다. 브라타스키 상사가 케이지 이병에 대해 사적으로는 잘 몰라도 그를 알 시간이 따로 필요하진 않다. 관객은 이미 알기 때문에.

혁신이라면 혁신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헐리우드의 영화산업은 줄곧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 그토록 오랫동안 전세계 영화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을까? 혁신의 대명사 애플도 헐리우드엔 함부로 명함을 못 내민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바로 외부 수혈이다. 헐리우드의 영화산업은 자신들이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계기가 필요할 때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원작과 인재들을 데려와 그들의 개성을 자국의 영화 속에 녹여내왔다. 과거 유럽, 홍콩의 감독들이 그랬고 최근엔 일본과 한국의 감독과 원작까지 활발히 수입하고 있다.

물론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자국과 세계 시장의 각 인종과 민족을 안배하는 사업적인 목적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헐리우드는 마치 과거의 로마제국처럼 외부의 장점을 끌어다가 자기들 것으로, 그것도 한층 업그레이드한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헐리우드는 그렇게 변신을 거듭한다.

P.S.

굉장히 진부한 장면이지만 정서적인 장면이 많이 없어서 케이지 소령이 브라타스키 상사를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을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다.

영화에 나오는 알파와 오메가는 누가 보라고 그렇게 이름 지었을까? 외계인 침공과 연합 사령부, 이쯤되면 세계 단일 정부와 외계인 침공 음모론이 떠오른다. 헐리우드는 음모론도 상업적으로 익히 잘 이용한다. 요즘 부쩍 이런 영화들이 많아지는 듯.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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