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SF 멜로 '세상의 끝까지 21일 Seeking a Friend for the End of the World' 리뷰

지금 당신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당신의 진정한 사랑일까? 아니면 이루지 못했던 과거의 첫사랑이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만약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그 해답을 알 수 있을지도.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내가 사랑하는 그/그녀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그리고 그/그녀에 대한 내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을 거라 자신할 수 있을까?

21일 후 소행성 마틸다가 지구와 부딪쳐 세상이 종말을 고한다는 절망적인 소식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차 안에서 지구 종말의 소식을 듣는 도지와 린다. 린다는 그 길로 차를 박차고 나가 버린다. 남편인 도지(스티브 카렐 Steve Carell) 몰래 만나오던 불륜의 상대를 찾아 떠나버린 것이다. 도지는 서로 사랑했다고 생각한 아내의 배신에 충격을 받는다.

사람들은 종말을 앞두고 서로를 떠나고, 키우던 개를 내버리고, 사랑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 매일 상대를 바꿔가며 서로 잠자리를 갖는다. 심지어 친한 친구의 아내까지도 도지를 유혹한다.

혼란에 빠진 도지에게 3년이 지나서야 알아본 옆집에 사는 페니(키이라 나이틀리 Keira Knightley)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잘못 배송된 도지의 우편물을 전해준다. 그 우편물 속에는 도지의 첫사랑이 보낸 편지가 들어 있었고 그는 왜 좀 더 일찍 편지를 자신에게 전해주지 않았냐며 페니에게 화를 낸다.

그동안 계속해서 자신을 그리워했다는 첫사랑의 편지를 읽은 도지는 마침내 그녀를 찾아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리라 생각한다.

세상이 종말로 치달으면서 도지와 페니가 사는 아파트에도 폭동이 일어나고 두 사람은 같이 집을 빠져 나온다. 세상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도지는 첫사랑을 찾기로 하고 페니는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지내기로 한다. 도지는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페니에게 집까지 갈 수 있는 비행기가 있는 곳을 안다며 그녀의 차를 얻어 탄다. 페니는 미안한 마음에 도지와 함께 그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길까지 동행해 주겠다고 하는데….

각본과 연출을 맡은 로렌 스카파리아 Lorene Scafaria 감독은 세상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상대가 어떤 행동들을 보일지를 상상하면서 사람들이 믿는 사랑이 종말의 순간에도 유효한가를 보여준다. 스카파리아는 도지와 페니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되묻고 있다. 자신과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상대가 과연 진정한 사랑인지 돌아보게끔 만들면서 마음 한구석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이 진정한 운명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그건 ‘NO’라고 답한다.

페니는 사랑에 여러 번 실패한 여자다. 서로 너무나 애틋한 부모를 지켜보면서 자신도 쉽게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런 페니에게 도지는 아직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면서 그녀의 탓이 아니라고 위로한다. 페니는 도지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정작 첫사랑을 찾으러 온 도지도 자신의 원래 목적과는 달리 그녀에게 끌리게 된다.

결국 도지는 첫사랑 찾기를 그만둔다.

자신이 페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감독은 도지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사랑에 상처받거나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이 진정한 사랑이었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그 최면에 빠져 있지 말고 그만 나오라고 외친다.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모범생 남과 무슨 일에서든 낙천적인 사차원 녀의 로맨스는 흔하다. 그런데 그런 로맨스가 지구의 종말을 앞두고 벌어진다. 특별한 시간에 벌어지는 흔한 사랑이야기. 바로 그 점이 진부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신선하게 만든다. 종말의 시간은 이야기를 새롭게 보이도록 만들 뿐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치로서 작동하고 있다.

멜로물을 좋아하는 여친과 SF(적인 상황)을 좋아하는 남친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영화. 유머도 풍부하고 로맨스는 무척 달달하다.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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