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라이프 OtherLife, 2017' 제시카 드 고가 만든 가상 현실
- 아카이브 archive/공상과학
- 2017. 11. 3. 20:50
'아더라이프'는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켈리 에스크리지가 2002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솔리테어'(Solitaire)를 바탕으로 벤 C. 루카스 감독이 연출한 호주 SF 미스터리 영화다. 루카스 감독은 각본에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천재 과학자 렌(제시카 드 고)은 '아더라이프'라고 이름 붙인 혁명적 신약을 개발한다. 생물학적 소프트웨어이기도 한 '아더라이프'는 뇌의 시간 감각을 늘리고 마음속에 가상 현실을 만들어낸다. '아더라이프'를 사용하면 단 몇 초의 실제 시간만으로 수 시간 혹은 하루 이상의 시간을 즐기고 모험을 체험할 수 있다.
렌은 그 신약으로 자신과 함께 스노클 잠수를 하다가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동생 제라드(리암 그레이엄)를 치료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동 창업자인 샘(T.J. 파워)은 오락이나 치료, 재활의 목적 이외에도 자금 투자를 받기 위해 정부 교정국의 넘쳐나는 재소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대안으로 생각한다.
렌의 연인인 대니(토마스 코쿼렐)가 신약 투여 후 버그로 사망하자 교정국은 그와 함께 있었던 렌의 과실을 눈감아주는 대신 그녀에게 교정프로그램의 피험자가 되라는 제안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 렌은 '아더라이프'를 통해 1년간 가상 독방에 갇힌다. 하지만 1년이 다 지나자 카운트가 1일부터 다시 가동되고 렌은 가상 교도소에서 나오지 못한 채 충격에 빠진다.
'아더라이프'는 '스트레인지 데이즈'(1995)와 '인셉션'을 합쳐놓은 듯한 플롯의 영화로, 영드 '블랙 미러'도 연상케 한다. 영화는 원작소설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 아이디어를 독창적으로 발전시켰다. '생물학적 소프트웨어'라는 개념과 그 코드가 액체로 인쇄 되어 점안액 형태로 스포이드 속에 담긴다는 점, 그리고 과밀한 교도소에 대한 대안으로 시간절약과 가상현실을 적용한 가상 교도소의 아이디어는 굉장히 신선하다.
내러티브도 주인공 렌이 겪는 가상 교도소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이 무엇이 가상현실이고 무엇이 진짜 현실인지, 가상현실과 영화 속 현실을 헷갈리게 만들어 가상현실의 매력과 문제점에 대해 더욱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참신한 설정에 비해 가상현실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영화의 관점은 다소 비관적이고 보수적이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가상현실이 진짜 삶이 될 수 없고 시간을 거스르는 방법으로 죽음을 피하고 삶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생명 윤리와 종교적 윤리에 반한다는 것이다.
렌은 망상과 기억이 화학적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그녀가 추구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과 철학적 고민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오락이나 치료의 목적이라 할지라도 생각을 머릿속에 집어넣는다는 것은 윤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해본 적 없는 경험의 모사는 정신 지평의 확대가 아니라 오히려 고립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또 가상현실 체험 프로그램도 처음에는 치료용으로 사용되었던 마약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 평단과 팬들은 '아더라이프'에 대해 대부분 호평했다. '독립 영화의 예산을 뛰어넘는 스케일 감각의 작품', '카리스마 넘치는 제시카 드 고를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꼭 추천하고 싶은 흥미로운 작품', '관객을 토론으로 이끄는 영화', '틀에 얽매이지 않는 비전통적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 '지난 몇 년간의 SF 영화 중 가장 독창적인 작품', '영드 '블랙 미러' 팬들은 반드시 좋아할 영화이며 영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면 '블랙 미러'를 한번 볼 것', '완벽하지는 않아도 할리우드의 헛소리들보다 낫다' 등 긍정적 평가가 많았고 반면에 '플롯에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해결 방식이 게으르다', '가상 세계의 1분이 현실 세계의 1년이라는 설정은 과학적으로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어렵고 지루하다'는 혹평도 물론 존재한다.
한편 '아더라이프'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