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라그나로크 Thor: Ragnarok, 2017' OST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라그나로크'는 '신들의 운명'으로 번역되는데, '신들의 몰락'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노르웨이 신화에서 우주와 인류의 최종적인 파괴를 의미하지요.

그러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라그나로크'를 새로운 시작으로 그립니다. '라그나로크'는 전통적으로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하지만 영화 속 맥락에서는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지요.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북유럽의 신인 오딘은 노르웨이에서 영원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는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아들 토르에게 아스가르드는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지금 서 있는 곳이 아스가르드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천국에 대한 이야기처럼 말이죠.

유언과도 같았던 오딘의 말처럼 토르는 결국 나중에 아스가르드가 장소가 아닌 왕국의 백성들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토르는 아스가르드 사람들을 데리고 지구로 향합니다. 그 설정은 '배틀스타 갤럭티카 - 1980년 TV시리즈'(Galactica 1980)를 생각나게 하는데요.

그 시리즈에서 지구보다 문명이 훨씬 앞선 배틀스타 갤럭티카 승무원들은 조상들의 고향인 지구로 돌아오지만 한마디로 외계인 취급을 받지요. 그처럼 과연 지구인들은 아스가르드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감독 제임스 건이 MCU의 총괄 감독을 맡으면서 '토르' 시리즈의 3편인 '토르: 라그나로크'의 분위기는 전편의 다크함에서 벗어나 코믹하고 마치 파티같이 밝고 즐거운 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7,80년대의 공상과학 판타지 영화들을 참고했고 그 중에서도 존 카펜터 감독이 만든 '빅 트러블'(1986)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정신없이 달려가는 빠른 속도와 넋을 빼놓는 모험에 매료되었다죠.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토르'는 MCU의 히어로들 속에서 점차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음악도 '토르' 시리즈의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좋아하는 그룹 '데보'의 보컬 마크 마더스바우가 맡았는데요. 그 복고적 스타일이 영화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음악은  DC의 영웅 '원더 우먼'의 테마곡에 필적할 정도의 강렬한 느낌을 주는 레드 제플린의 '이미그런트 송'(Immigrant Song)이지요. 1971년 빌보드 차트 16위까지 올랐던 '이미그런트 송'은 '토르: 라그나로크'의 티저 트레일러, 그리고 영화 속 첫 번째와 마지막 액션 씬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이미그런트 송'이 선택된 이유는 노르웨이 신화의 발할라에 관해 언급하는 특별한 가사 때문입니다. 발할라는  발키리가 전쟁에서 사망한 전사들을 데려와 안식하게 하는 아스가르드의 성지입니다.

'Stairway to Heaven'으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레드 제플린은 1968년에 결성된 '뉴 야드버즈'에서 이름을 바꾼 그룹입니다. 보컬인 로버트 플랜트, 드럼의 존 보햄, 기타를 맡은 지미 페이지, 베이스와 건반을 담당했던 존 폴 존스로 이루어진 이 영국의 하드록 헤비메탈 그룹은 1979년 존 본햄이 세상을 떠나면서 해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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