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한구석에 この世界の片隅に, In This Corner of the World, 2016'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쟁이란

'이 세상의 한구석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로, 코노 후미요가 그린 같은 제목의 만화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자 '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의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제작했으며 제19회 부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순수한 소녀 스즈(노넨 레나). 히로시마 에바 해안 근처에 사는 그녀는 열여덟 살이 되자 어렸을 때 시내에서 잠시 만난 적이 있었던 소년 슈사쿠와 결혼해 그의 가족이 있는 구레시로 간다. 구레시는 히로시마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해군기지가 있는 군항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그들의 일상은 서서히 다가오는 태평양 전쟁의 위협 속에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와 더불어 여리고 순수했던 스즈도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씩 변해가는데.

'이 세상의 한구석에'는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배경에 세밀하면서도 소박한 그림체를 가지고 있지만 가슴을 울리는 한 여인의 삶을 다룬 압도적인 이야기로 실사 이상의 리얼리티와 묵직한 감동을 준다.

전쟁터가 아닌 일상에서 주인공 스즈의 시선과 운명적인 삶을 통해 들여다본 전쟁의 참상은 아무런 강요 없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되고 관객은 자연스럽게 '반전(反戰)'과 '평화'를 갈구하게 된다.

영화는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리얼리티가 돋보이는데, 감독은 철저한 고증을 위해 당시의 매일의 날씨와 공습 경보가 울린 시각까지도 조사했다고.

그러나 전쟁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이나 복선(특히 주인공이자 화자인 스즈가 접하게 되는)이 없이 일본의 항복 선언 직후 등장하는 태극기 장면과 그와 동시에 스즈가 오열하면서 내뱉는 대사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원작의 같은 장면에서는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로서 일본의 책임에 관해 비판하는 대사와 주제의식을 내보이고 있다지만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자 했다는 애니메이션의 장면과 달라진 대사는 그 느낌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은 그 장면이 원작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한 자기비판적 의미가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생각일 뿐이고 창작자의 품을 떠난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관객의 몫임을 생각해보면 분명히 다른 해석의 여지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만족도 98%를 달성했다는 일본 팬들의 반응을 살펴보아도 역시나 전쟁에 대한 자기반성보다는 민족적 연민, 반전과 평화에 대한 갈구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패전에 대한 울분을 표한 반응들도 있었다는 것이 창작자의 의도와 관객의 해석 사이의 괴리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해외 평단과 팬들은 '이 세상의 한구석에'를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이의 묘'와 비교하면서 똑같이 전쟁과 평화의 메시지를 다루지만 우울함과 어두움이 없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또 감동적이고 매혹적인 2016년 일본 최고의 걸작 애니메이션이라며 압도적으로 호평했다.

하지만 배경이나 디테일을 그려내는 2D 그림은 탁월해도 얼굴 표정 묘사는 미묘함이 떨어진다거나 전쟁에 대해 거리를 두는 초월주의적 태도는 다소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한편 일본이 아닌 해외 팬들의 반응 중에도 일본이 어떻게 전쟁을 일으키고 다른 나라를 침략했는지를 감안할 때 일본의 항복 이후 주인공 스즈가 하는 대사는 다소 아이러니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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