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 After the Storm', 가족과 함께 보내는 아베 히로시의 하룻밤

'태풍이 지나가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각본, 연출, 편집을 맡은 가족 영화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인 이 작품은 도쿄 인근의 키요세 시에 있는 임대주택단지에서 촬영했는데 히로카즈 감독이 실제 그곳에서 자랐다고 한다. 

과거 자신의 하나뿐인 소설로 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그 이후 별볼일 없는 삶을 사는 료타(아베 히로시)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사설 탐정으로 일하면서 잘 써지지 않는 소설을 쓰려 한다. 덕분에 아내 쿄코(마키 요코), 아들 싱고(요시자와 타이요)와는 헤어진 채다.

얼마 되지 않는 벌이도 도박으로 탕진하고 뭐 돈 되는 게 없을지 어머니 요시코(키키 키린)의 집을 들락거리는 료타.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누나 치나츠(고바야시 사토미)와는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댄다.

료타는 사설 탐정 일을 하면서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의뢰인 몰래 이중 거래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아내 쿄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녀를 미행하기도 한다.

료타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아들 싱고를 괜히 요시코의 집으로 데려가는데 하필이면 그날 태풍이 몰아치고 싱고를 데리러 온 아내 쿄코까지 모두 요시코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해외 매체들의 평가처럼 코믹하고 섬세하며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공감이 가는 각본과 연출, 일본의 국민 배우 키키 키린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이 그렇다. '태풍이 지나가고'라는 다소 선정적 제목과 달리 지지부진한 주인공 료타의 인생에 태풍과 같은 무언가가 한바탕 몰아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영화의 결말에 다다라서도 관객은 료타가 행복을 찾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할지 말지 알 수가 없는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영화의 열린 결말이 마치 인생과도 같이 너무나 인간적이다. 한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가족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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