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홀리 모터스 Holy Motors, 2012', 드니 라방이 연기하는 인생 극장

'홀리 모터스'는 레오 까락스 감독이 '폴라X' 이후 13년 만에 연출한 장편 판타지 드라마로, 이번에도 그의 페르소나인 배우 드니 라방과 함께 작업했다. 

오스카(드니 라방)는 셀린(에디뜨 스꼽)이 운전하는 '홀리 모터스'사의 리무진에 올라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차 안에서 분장을 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하루 동안 연기하는 인물은 부유한 금융가에서부터 구걸하는 노파, 컴퓨터그래픽을 위한 모션 캡쳐 전문 배우, 모델(에바 멘데스)을 납치한 묘지의 광인, 파티에 갔던 어린 딸(진 디슨)을 데려오는 아버지, 막간의 아코디언 연주자, 암살자와 희생자,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에서 은행가를 살해하는 복면 테러리스트, 그리고 조카(엘리스 루모)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죽어가는 노인이다.

일을 마친 후 자살 연기를 하는 옛 연인 진(카일리 미노그)과 재회한 오스카는 셀린에게 일당을 받은 뒤 침팬지 가족의 가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셀린은 리무진을 몰고 '홀리 모터스'사의 차고로 돌아온다.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그해의 영화 1위에 뽑히기도 하면서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홀리 모터스'는 실험적이고 낯선 형식에 난해한 이야기를 결합시켰고 고전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도 담고 있다.

한 영화 안에서 다른 영화 장르와 스타일의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며 실제의 삶과 연기가 혼재된 이 작품은 삶과 영화에 대한 레오 까락스 감독의 자기 반영이다.

드니 라방은 가상의 9인 역할과 오스카 역을 연기하는데, 길에서 총을 쏴 살해하는 은행가는 바로 리무진을 타고 있던 은행가인 오스카 자신이며, 암살자와 희생자 에피소드에서도 역시 두 역할을 모두 오스카인 드니 라방이 연기한다. 마지막에 리무진에서 내려 9인의 역할에서 오스카로 돌아왔을 때에도 사실 그것이 역할의 한 부분인지 오스카 본인의 연기인지는 모호하다.

영화의 도입부에 침대에서 일어나 침실 벽을 열고 극장 안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는 남자는 레오 까락스 감독이다. 레오 까락스 감독은 제목 '홀리 모터스'의 의미에 대해 우리의 몸을 뜻한다며 이 작품은 인간과 동물, 기계가 단합해 디지털 세상에 맞서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영화를 자신의 연인이었던 '폴라X'의 배우 예카테리나 골루베바에게 헌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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