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건 Logan, 2017', 다프네 킨, 그리고 X-24 (스포일러 주의)

영화 '로건'은 X맨 시리즈 중에서 가장 다크하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더 울버린'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그 강렬함만큼이나 여러 가지 의문을 자아냈다.

우선, '로건'은 기존의 X맨 시리즈와 배경이 전혀 다르고 주인공 울버린도 달라 보인다. 왜 그럴까? '로건'은 마크 밀러와 스티브 맥니븐의 '울버린: 올드맨 로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08년에 출간된 그 그래픽 노블은 기존 시리즈와 다른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나이가 든 로건이 호크아이와 함께 미 대륙을 횡단하면서 겪는 이야기가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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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로건'이 '울버린: 올드맨 로건'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것은 아니다. 로건이 살아가는 시간적 배경은 2029년이고 공간적 배경은 텍사스의 멕시코 국경 근처인데 그래픽 노블에서는 캘리포니아에 숨어 살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영화와 그래픽 노블의 공통점도 있다. 그것은 바로 로건의 상처 입은 영혼이다. 그래픽 노블에서는 로건이 더 이상 자신의 발톱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된 과거의 실수가 드러나는데, 그것은 빌런들과의 대전투가 벌어진 날 그가 적의 속임수에 넘어가 동료 X맨들을 대부분 죽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영화에서 프로페서X가 웨스트체스터 사건을 언급하며 자신의 실수로 많은 X맨들이 죽었다고 고백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로건'의 공간적 배경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최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 국경 근처로 배경을 옮긴 이유가 시의성과 화제성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돌연변이들을 도망치는 난민으로 은유한 것도 그런 관점에서라고 한다. 이것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로라 역으로 라틴계 소녀를 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캐스팅 디렉터가 5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살펴본 끝에 지인을 통해 찾아냈다는 로라 역의 다프네 킨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요구 사항에 잘 들어맞는 배우였다. 영국계 배우 윌 킨과 스페인계 배우 마리아 페르난데즈 아체의 딸인 다프네 킨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모두 할 줄 안다. 또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로건'에서 세 세대가 등장하기를 원해서 실제 10~12살 사이의 소녀를 원했는데 다프네 킨은 당시 11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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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래픽 노블과 달리 영화에서는 왜 울버린이 죽는 것일까? 알다시피 '로건'은 휴 잭맨이 울버린을 연기하는 마지막 영화로 알려져 있다. 휴 잭맨은 이 작품을 비롯해 지난 17년 동안 9편의 영화에서 울버린을 연기했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피부암 같은 건강 문제도 있어 퇴장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출연료를 자진해서 삭감할 만큼 '로건'을 R등급의 영화로 제작하는 것에 대해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극중에서 울버린의 죽음을 그리는 것에 대해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토리의 관점에서 볼 때, 로건은 로라의 아빠이기를 거부하긴 하지만 로라를 존재하게 만든 이유이기에 그의 죽음이야말로 가장 극적이고 흥미로운 선택이었다고.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은 울버린의 죽음에 한 원인이 되는 X-24가 왜 하필이면 울버린의 젊은 시절 얼굴이어야 하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누가, 혹은 무엇이 울버린을 죽일 것인가를 생각했을 때 X-24는 울버린의 후회가 머무는 시절을 반영하는 그의 어두운 자아 같은 존재여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로건'은 울버린의 본명인 제임스 '로건' 하울렛의 미들네임으로,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토마스 로건의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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