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자 The Missing, 2017' 유괴된 딸을 찾으려는 바이바이허

'방가자'는 배우이자 여성 감독인 서정뢰가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은 중국 액션 스릴러 영화로, 제목인 '방가자(绑架者)'는 '유괴범'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도시 쉔유에서는 국제적인 장기 밀매조직이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아동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범죄수사국의 여성경찰 린웨이(바이바이허)의 딸도 실종 아동 중 한 명이다.

어느 날 린웨이에게 딸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오고 경찰은 발신자를 추적하는데, 그는 운전 중 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기억을 잃어버린다. 그의 이름은 양넨(황립행)이지만 그의 신분증과 주소는 모두 가짜임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다.

양넨은 자신을 죽이려는 킬러를 피해 병원을 탈출하고 린웨이와 그녀의 동기 류란(명도)은 양넨을 쫓지만 놓치고 만다. 기억을 잃어버린 양넨은 머리를 깎아 변장을 하고 경찰서에 잠입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신분증과 소지품을 찾는다.

린웨이는 양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의심하고 그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을 거라 확신하다. 그리고 임무에서 빠지라는 상관의 명령에도 불응하고 경찰과 별도로 양넨을 쫓는다. 양넨은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린웨이는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데.

홍콩 영화계에서도 활동한 바 있는 서정뢰 감독은 할리우드의 캐서린 비글로우나 패티 젠킨스 감독처럼 여성 감독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나름 박진감 있는 액션 영화를 만들어냈다.

액션 씬은 홍콩 액션 영화의 영향을 받았고 미스터리한 플롯의 전개는 할리우드 장르물의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쉔유'라는 가상의 중국 도시를 영화의 배경으로 삼은 것도 실제 중국 경찰의 모습보다는 홍콩이나 할리우드 영화 속의 경찰을 흉내내려 한 듯하다. 비록 액션 씬에서 연결이 튀는 샷들이 있고 주요 장면의 구성이 허술한 면도 있지만 빠른 리듬의 편집과 플롯의 진행은 꽤 높은 몰입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역시 치밀하지 못한 각본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야기가 기억을 찾으려는 양넨과 딸을 구하려는 린웨이의 플롯이 함께 진행되다보니 반전이랄 수 있는 경찰 내부의 범인을 가리키는 복선이 부족해지고 위험에 처해 있는 딸 때문에 자연히 발생하는 서스펜스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미 여기저기에서 봐온 설정, 밀도와 개연성이 떨어지는 음모, 동기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 부족한 인물들, 너무 쉽게 예측 가능한 결말의 문제도 존재한다.

특히 린웨이가 수사에서 이유 없이 다른 경찰들을 배제하고 자신만의 방식을 밀어붙이는 것과 언더커버인 양넨이 극 초반에 린웨이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았던 이유, 그리고 경찰 상부에서는 양넨이 언더커버임을 알면서도 두고만 보고 있었던 것 등은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단지 미스터리를 억지로 만들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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