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촌 健忘村, The Village of No Return, 2017' 샹그리라를 염원했던 서기가 만든 낙원

'건망촌'은 대만 출신의 진옥훈 감독이 연출한 판타지 블랙 코미디 드라마로, 대만과 중국의 합장 영화다. 진옥훈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 '열대어'로 1995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청표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의 배경은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생기기 시작한 혼란스러운 시기로, 지역의 야심가인 권력자(증지위)는 인근 마을을 자신의 손에 넣으려고 마을 사람인 대선을 이용해 폭동을 일으킬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마을에서는 기차가 들어온다는 소문 때문에 흥분한 사람들이 저마다 한몫을 잡으려고 서로 다툼을 벌인다. 그 와중에 마을로 돌아온 대선이 갑작스럽게 독살을 당하자 연인인 딩(양우녕)을 기다리는 대신 대선과 강제 결혼을 당한 그의 아내 추(서기)가 의심을 받는다.

쿵푸 고수인 완 사부(장효전)는 범인을 잡아 추를 돕고자 하는데, 마을에 자칭 도교 승려라는 티엔(왕첸웬)이 근심 제거기라는 기계를 가져와 사람들의 근심을 없애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근심 제거기를 통해 근심을 없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억까지도 잊어버리고 티엔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건망촌'은 주성치의 '쿵푸 허슬'을 연상케 하는 판타지 스타일과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에 근심 제거기라는 터무니 없는 공상과학적인 설정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영화로, 세상의 축소판인 마을을 중심으로 인간의 탐욕과 정치적 풍자를 담은 작품이다.

고립된 마을로 기차(문명과 자본)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을 사람들은 서로 한몫을 챙기려 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인이 가져온 근심제거기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기억과 정체성을 빼앗는다.

마을 사람들은 무지로 가득한 가짜 행복(세뇌) 속에서 자신들이 위험한 정치적 음모에 빠졌음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마을을 제어하려는 권력자가 배후인 폭력 강도 조직 '구름파'는 중국군의 탈영병들로 구성되어 있다. 피가 튀기는 투쟁(공산 혁명과 문화 혁명) 끝에 추에 의해 재건된 마을은 진정한 낙원인지 알 수 없다.

해외 평단과 팬들은 영화가 초현실적 부조리극이자 권력과 욕망에 대한 우화로, 정치적으로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우민화하는 데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창의적인 플롯과 비주얼,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호평했다.

한편, 대만 남부 핑동 지역에 세워진 건망촌 세트는 무려 7개월에 걸쳐 건설되었고 6천만 위안의 전체 제작비 중 1천만 위안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엔드 크레디트 중간에 영화의 에필로그가 담긴 쿠키 영상과 구름파의 아카펠라 합창 및 댄스 퍼포먼스 영상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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