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 머신 War Machine, 2017' 아프간 미군 사령관 브래드 피트의 몰락

'워 머신'은 데이비드 미코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전쟁 풍자 코미디 영화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과 제작을 맡은 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은 미국 기자 마이클 헤이스팅스의 논픽션 '오퍼레이터스'에 바탕을 두었다.

영화는 중반부에 등장하는 션 쿨렌 기자(스콧 맥네이리)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2009년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적임자로 임명된 글렌 맥마흔 장군(브래드 피트)은 '워 머신'이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자신의 가치를 위해 전쟁이 계속되기를 바랄 법한 인물이다. 그를 둘러싼 보좌관들 역시 오만하기는 마찬가지.

션이 보기에 미군이 아프간에서 하는 활동은 그곳을 돕는 행위가 아니라 침략하는 행위다. 극중 아프간 주민들이 목화를 재배하지 못하고 헤로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를 키우는 것이 그 같은 진실을 잘 말해준다. 목화를 키우면 미국의 농업 분야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까봐 금지한다는 것이다.

말단의 병사들조차 자신들의 임무에 대한 믿음이 없지만 맥마흔 장군은 그곳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미군 4만 명의 추가 파병을 원한다. 하지만 맥마흔 장군의 유럽 방문에 동행한 기자 쿨렌이 그들의 행태를 기사로 쓰자 파문이 일면서 결국 맥마흔 장군의 사임으로 이어진다.

'워 머신'에 대한 해외 평단과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코미디인지 진지한 드라마인지 영화의 성격이 분명치 않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통렬한 자기 반성을 보여준다는 호평도 존재한다.

그러나 브래드 피트의 우스꽝스러운 표정 연기와 과장된 조깅 자세는 그 자체로 하나의 풍자인데다 다양한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또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러셀 크로우의 깜짝 출연도 볼거리다. 하지만 '워 머신'이라는 제목 때문에 장렬한 전쟁 액션 또는 신나는 코미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극중 글렌 맥마흔 장군의 모델이 된 인물은 2009년 6월부터 약 1년 간 아프간 주둔 미군을 지휘한 스탠리 맥크리스털 사령관이다. 그는 당시에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안보 분야 참모진, 특히 조 바이든 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고 부적절한 발언을 했는데 그 내용이 마이클 헤이스팅스 기자가 쓴 '롤링스톤'지 기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백악관의 분노를 샀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발표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표현했던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백안관으로부터 발언을 직접 해명하라는 소환 명령을 받았고 결국 며칠 뒤에 사임했다. 기사가 나온 지 10여 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맥크리스털은 예일 대학교에서 국제관계 분야를 가르치는 일을 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 시절에 부통령 후보군에 그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마이클 헤이스팅스 기자는 2013년 6월 자신이 몰던 벤츠 자동차가 급가속으로 가로수를 들이받고 폭발하면서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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