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메트리 Monochrome, 2016' 흑과 백으로 구분되지 않는 세상

'사이코메트리'는 토마스 로스 감독이 자신의 단편영화 '3 Sides of the Coin, 2014'을 바탕으로 만든 영국 스릴러 드라마다. 단편의 주인공이었던 엠마 로즈 역의 조 우드콕이 이 영화에서도 같은 이름의 역할로 다시 출연했다. 토마스 로스 감독은 연출 외에도 각본과 촬영, 편집, 그리고 음악까지 담당했다.

수백만 파운드의 연금 기금을 횡령한 연인 브랜든이 경찰에 체포되자 엠마(조 우드콕)는 런던을 벗어나 북쪽으로 달아난다. 경찰은 그녀가 남자 친구가 횡령한 돈의 행방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녀를 뒤쫓기 시작한다.

영국 정부는 내무성 산하에 FBI와 같은 광역 수사조직인 BCA를 두고 행동과학팀과 비슷한 수사심리학팀을 창설한다. 그리고 강박장애가 있지만 특이한 공감각의 신경학적 능력을 가진 가브리엘(코스모 자비스)을 특별 채용한다.

한편 부유한 화가인 로저(제임스 코스모)의 시골집에 숨어든 엠마는 신분을 숨기고 무급으로 일을 하는데, 그녀가 경찰에 쫓긴다는 사실을 안 로저는 그녀를 노예처럼 부리기 시작한다. 어느 날, 로저가 시체로 발견되고 지역 경찰은 자연사로 결론을 내리지만 가브리엘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으로 그의 죽음이 타살임을 직감하는데.

3백만 파운드(약 44억원)의 저예산 작품인 '사이코메트리'는 캐릭터 중심도 플롯 중심도 아닌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데, 엠마의 플롯과 가브리엘의 플롯, 그리고 브랜든과 부패 경찰의 숨겨진 음모가 있는 플롯이 서로 유기적으로 잘 조합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의 구분도 모호하다.

토마스 로스 감독은 영화가 엠마를 중심으로 한 심리 스릴러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엠마의 캐릭터와 그 동기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턱없이 부족하고 거기에 없어도 될 가브리엘의 플롯이 들어감으로써 이야기를 더 산만하게 만든다.

마치 감독이 가브리엘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이야기를 만들 계획(가능하면 시리즈)을 가지고 있다가 엠마의 플롯에 덧붙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영화는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로 끝이 나버린다.

영화의 원제목인 '모노크롬'(Monochrome)은 단색 사진이나 그림, 영화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토마스 로스 감독은 그 같은 제목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흑과 백처럼 분명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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