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질 때까지 Wait Until Dark, 1967' 오드리 헵번의 보이지 않는 적

'어두워질 때까지'는 테렌스 영 감독이 연출을 맡은 1967년작 호러 스릴러다. 프레드릭 노트의 1966년작 희곡이 원작인 이 영화는 '007 위기일발'과 함께 테렌스 영 감독이 만든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인형 안에 마약을 숨긴 채 뉴욕의 공항에 도착한 리사는 자신을 감시하는 시선을 느끼자 함께 비행기를 탔던 승객 샘에게 인형의 보관을 부탁한다. 사진가인 샘은 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내 수지(오드리 헵번)와 함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며칠 뒤 마약을 노린 사기꾼 로트(알란 아킨)가 두 동료와 함께 수지의 집을 찾아온다. 그들은 샘이 사진 작업을 하러 외출하도록 만든 뒤 경찰로 위장하고는 수지로 하여금 샘이 들고온 인형을 찾아내도록 설득하는데.

'어두워질 때까지'는 원작 연극보다 더 나은 스토리를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그해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스크린에서 그려지는 잔인성 측면에서 미국 영화사의 전환점이 된 작품 가운데 한 편이라고 설명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폭력 수위는 그리 높지 않지만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마지막 12분의 위협감은 대단한데 그 때문에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이 자신에게는 역대 가장 무서운 영화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오드리 헵번은 이 영화로 제40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뛰어난 악역 연기를 펼친 알란 아킨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극중에서 오드리 헵번에게 못할 짓을 했으니 후보가 될 수 있겠느냐고 웃어넘겼다. 당시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 여자를 괴롭히는 악당을 연기하는 것을 꺼려 출연을 거절한 배우들이 많았다고.

한편 테렌스 영 감독과 오드리 헵번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오드리 헵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의 한 병원에서 16살의 나이로 자원봉사 간호사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에게 도움을 받은 영국 낙하산 부대원들 중 테렌스 영이 있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20년 뒤에 이 작품에서 두 사람이 감독과 배우로 다시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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