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러버스 앤 베어 Two Lovers and a Bear, 2016' 데인 드한과 타티아나 마슬라니의 초월적인 사랑

'투 러버스 앤 베어'는 퀘벡의 아웃도어 브랜드 '카눅'(Kanuk)의 설립자인 루이 그르니에가 북극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이야기들 중 하나를 바탕으로 킴 누옌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캐나다 로맨스 드라마다.

비행기 외에는 마땅히 오고 갈 수단이 없는 북극 접경 캐나다의 누나부트 준주에 속한 작은 마을. 과거의 상처를 안고 이 마을에 들어온 로만(데인 드한)은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가진 루시(타티아나 마슬라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루시는 자신에게 큰 상처를 안긴 죽은 아버지의 환영에 시달리고 급기야 마을을 떠나기 위해 대학에 지원한다. 합격 통지서를 받은 그녀는 로만과 함께 남쪽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로만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곳으로 되돌아갈 생각이 없다. 결국 로만은 루시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원치 않는 이별을 고하는데.

'투 러버스 앤 베어'는 문학적 감수성이 배어 있는 마술적 리얼리즘 터치의 로맨스 멜로 드라마로, 주연 배우 데인 드한의 말을 빌리자면 일종의 성인 동화와 같은 작품이다.

광활하면서 고독감을 느끼게 하는, 북극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 촬영은 황홀하기 그지없고 배우들의 열연은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인다. 거기에 전형성을 탈피한 플롯은 초월적인 사랑과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말하는 곰'은 비현실적 존재임에도 북극의 설원이라는 풍경 덕분에 무척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영화의 후반부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슬프면서도 강렬한 결말을 보여주는데, 이 같은 후반부가 없었다면 영화가 평범한 인디 로맨스물에 그쳤을 것이라는 게 해외 평단의 평가다. 또 킴 누옌 감독은 이 영화에는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다며 예컨대 군사기지 시퀀스는 '샤이닝'에 대한 오마주로서 스릴러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투 러버스 앤 베어'는 영화화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는데, 원래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자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제작자가 이국적 환경에 더 익숙한 연출자를 원했다고.

엔드 크레디트가 끝나고 나면 아주 작은 글씨로 아래와 같은 '해변의 카프카'의 문구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시간의 규칙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곳의 시간은 심장의 동요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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