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네이키드 Naked, 2017' 말론 웨이언스의 난감한 리플레이

영화 '네이키드'는 스웨덴 영화 '네이키드 어게인'(Naken, 2000)을 리메이크한 판타지 코미디로, '헌티드 하우스' 시리즈와 '블랙의 50가지 그림자'의 마이클 티데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인 이 영화는 '누드 리플레이'라는 한국어 제목으로 서비스 중이다.

고등학교 시간제 교사인 롭(말론 웨이언스)은 삶을 진지하게 살지 않는 가벼운 남자다. 그는 자신의 결혼식을 앞두고도 복권을 사려다가 그만 예약해놓은 비행기를 놓치기까지 한다. 신부 메건(레지나 홀)과 함께 가까스로 결혼식이 열리는 찰스턴에 도착한 롭은 리허설을 마치고 나서 친구인 베니(J.T. 잭슨)와 저녁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결혼식이 열리는 다음 날 아침, 롭은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거벗은 모습으로 깨어난다. 지난 밤의 기억이 하나도 없는 그는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결혼식에 늦지 않기 위해 벌거벗은 채 거리로 뛰쳐나간다. 그러나 롭은 막상 결혼식이 열리는 교회의 종이 울릴 때마다 다시금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거벗은 모습으로 깨어나기를 반복하는데.

'네이키드'는 1993년 빌 머레이 주연의 타임루프 영화 '사랑의 블랙홀'이 지닌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별다른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한다. 빌 머레이가 경험한 타임루프가 제목 그대로 사랑을 위한 블랙홀이었다면 말론 웨이언스가 맞닥뜨린 타임루프는 자신이 가진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정이다. 반복되는 시간들에 대한 고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도 비슷하다.

사적 공간이 아닌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몸으로 깨어난다는, 아찔한 상황이 반복되는 타임루프는 코미디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서는 나쁘지 않지만 극중에서의 내적 동기나 이유는 빈약하다.

하지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고 창피를 당하는 꿈을 꾸는 것처럼, '네이키드'의 타임루프 설정이 상징하는 바는 결혼과 책임, 그리고 미래에 대해 롭이 느끼는 압박감과 두려움임을 알 수 있다.

해외 평단과 팬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다소 앞선다. 무엇보다 원작 영화가 '사랑의 블랙홀'을 노골적으로 베낀 아류인 까닭에 스토리가 예상 가능한데다 똑같은 방식의 코미디를 되풀이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넷플릭스의 코미디가 앞으로도 이런 식이면 스튜디오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비꼬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마이클 티데스 감독과 계속해서 호흡을 맞춰온 코미디 배우 말론 웨이언스는 제작과 각본에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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