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전: 천공의 눈 鲛珠传, Legend of the Naga Pearls, 2017' 교주를 감당할 수 있는 자, 왕대륙(스포X후기)

'교주전: 천공의 눈'은 중국 무협 판타지 모험물로, 홍콩의 유명 감독 진가상이 제작을 맡고 양뢰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는 양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영화의 세계관인 '구주'(九州, Novoland)를 다룰 시리즈들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여섯 종족이 공존하는 평화는 날개가 달린 우인족의 왕이 인간과 전쟁을 벌임으로써 끝이 난다. 전쟁에서 패한 우인족은 날개를 잃어버리고, 그들이 살던 천공성은 공중에서 내려앉아 그 위에 인간들이 세운 천도성으로 바뀌었다.

세월이 흐른 뒤 우인족의 우두머리 설열(임달화)은 마법의 구슬인 교주를 찾아서 천공의 눈을 열어 인간을 멸망시키려 한다. 그러나 도둑인 니공공(왕대륙)이 교주가 든 함을 얻게 되고 황자인 허리(성관삼), 우인족의 후예인 흑우(장천애)와 함께 함을 열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그들은 함을 여는 데는 성공하지만 결국 설열에게 함을 빼앗기며 설열은 인간들과의 마지막 전쟁을 벌인다.

'교주전: 천공의 눈'은 약 45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에 다국적 스태프들이 참여하고 특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디지털 도메인'이 VFX를 담당한 글로벌한 작품이다. 덕분에 현재 중국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장르인 판타지 무협 모험 장르 영화들 중에서 기술적 완성도가 꽤 높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할리우드의 퀘스트 영화들을 흉내낸 진부함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야기나 스타일 면에서도 어느 정도 보편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교주전: 천공의 눈'은 중국 문화만의 특성을 찾아보기가 힘든 무국적의 영화가 되고 말았다. 서구의 천사를 연상케 하는 우인족을 비롯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인간이 우인족과 전쟁을 벌인다는 설정과 플롯이 그렇고 이집트 호루스의 눈, 즉 전시안과 거의 같은 형태를 가진 천공의 눈, 그리고 오벨리스크를 닮은 천도성의 탑들이 그렇다. 또 로마 병사의 복장을 닮은 천도성 병사들의 갑옷과 투구도 있다. 거기에 동양이 아닌 서양의 용까지 등장한다. 일본의 후지와라 이쿠로가 맡은 음악도 중국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할리우드나 한국 영화도 종종 그런 경우가 있지만 대규모 물량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에서 중국 영화들의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도 눈요기만을 강조한 단순한 플롯에 창의성 없는 내러티브 전개, 그리고 부족한 디테일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나 행위의 동기, 복선과 회수 등이 세밀하지 못하다.

영화의 세계관이 된 고대의 '구주'는 상하이 영화 미디어 아시아와 텐센트 펭귄 픽처스의 프로젝트로, 두 회사에서 창작한 오리지널 스토리 속에 등장하는 허구의 세계, 즉 3개 대륙의 9개 지역을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이 세계관으로 7명의 작가가 30권의 책을 썼고 두 편의 TV 시리즈가 나와 있다고. '교주전: 천공의 눈'의 바탕이 된 TV 드라마 '구주천공성'(九州天空城 Novoland: The Castle in the Sky, 2016)은 양뢰 감독의 연출로 중국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양뢰 감독은 자신이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 평단이나 팬들의 반응은 부정적 평가가 많았는데, 전반적으로 화려한 볼거리나 액션에 대해서는 칭찬한 반면 무의미한 스토리와 캐릭터에는 불만이 많았다.

'진부함으로 가득찬 또 하나의 지루한 판타지', '즐길 만했지만 돈과 시간이 없다면 권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깊이가 부족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도 없었다', '야심에 비해 음모가 충분치 않다', '특수효과를 위해 돈을 낭비하지 마라' 등의 반응과 함께 '혼란스럽지만 제법 완성도 있는 판타지 영화', '기대보다 즐길 만했다' 등의 호평들도 있었다.

한편 영화의 엔드 크레디트 중간에 황자 허리와 전 진호사 무사 장청즈의 코믹 장면과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 등 두 편의 쿠키 영상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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