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델마 Thelma, 2017' 에일리 하보의 사회적 억압에 대한 반발

'델마'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가 합작한 영화로, '라우더 댄 밤즈'의 요아킴 트리에 감독이 연출과 공동 각본을 맡은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드라마다.

흰 눈이 가득한 설원에서 사슴 사냥에 나선 아빠와 어린 딸. 하지만 아빠(헨릭 라파엘센)의 총이 겨누는 것은 놀랍게도 사슴이 아닌 딸 델마(에일리 하보)다. 시간이 흐르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자란 델마는 아빠, 엄마(엘렌 도리트 페테르센)와 함께 살던 집을 떠나 자신이 진학한 대학교가 있는 오슬로로 이사를 온다.

친구를 사귀지 못한 델마에게 어느 날 안자(카야 윌킨스)라는 여학생이 다가오고 델마는 갑자기 전에 없던 발작을 일으킨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델마는 심인성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데, 동성인 안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발작이 더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그럴 때면 주변의 전등이 깜빡이고 새들이 창문에 부딪히는 이상 행동을 하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들이 벌어지는데.

65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델마'는 템포가 느리지만 서스펜스가 넘치고 촬영, CG 등 비주얼이 뛰어나며 음악도 훌륭하다. 영화는 어쩌면 사람들이 갖고 싶어할 수도 있는 특별하고 신비한 능력이 오히려 자신의 삶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저주와 공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복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극중에서 마녀의 저주라고도 소개하는 델마의 불가사의한 힘은 억압에 대한 불안과 욕망하고자 하는 열정 속에서 점점 더 팽창하는데, 그것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종교적이고 성적인 억압에 대한 반발을 은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 평단과 팬들은 '델마'가 '캐리'와 '분노의 악령'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매혹적인 동시에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고 뛰어나다고 대부분 호평했다. 그리고 볼 가치가 충분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첫 장면에서 보여준 미스터리와 잠재력을 영화의 마지막까지 끌고 가지는 못했다며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한 의견들도 있었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델마'를 공포물, 슈퍼히어로 무비, 동화 같은 성장 이야기 중 무엇으로 부르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은 1980년대에 전자음악과 스티븐 킹 소설 등을 접하며 자랐다면서 '델마'는 그 세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동시에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초인지대'(The Dead Zone, 1983)를 들었다.

한편 극중에서 델마는 생물학과 자연과학을 공부하는데, 델마 역의 에일리 하보는 델마가 다니는 것으로 그려진 대학교에서 실제로 미술사를 전공하고 있다. '델마'는 2018년에 있을 제90회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르웨이 후보로 출품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택시운전사'가 출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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