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君の膵臓をたべたい, Let Me Eat Your Pancreas, 2017' 하마베 미나미와 키타무라 타쿠미가 공유하는 비밀은?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2015년에 출간되어 250만 부 이상이 팔린 스미노 요루가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을 '너와 100번째 사랑''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의 츠키카와 쇼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일본 로맨스 멜로 드라마다.

고등학교 교사인 나(오구리 슌)는 학교 도서관 철거를 계기로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녀를 다시 한 번 회상하게 된다. 스스로 외톨이가 된 고등학생이었던 나(키타무라 타쿠미)는 어느 날 병원에서 같은 반 인기녀인 사쿠라(하마베 미나미)가 쓴 일기 '공병문고'를 우연히 줍는데 그 일로 인해 사쿠라의 비밀을 단 둘이서만 공유하게 된다.

사쿠라의 비밀은 그녀가 말기 췌장암을 앓고 있으며 1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 가족 말고는 유일하게 사쿠라의 비밀을 아는 나는 아름답게 피었다가 한순간에 지는 벚꽃 같은 그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죽어가는 사쿠라는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는데.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원작에 없는 12년 후의 이야기를 가져와 플래시백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킨다. 츠키카와 쇼 감독은 사쿠라가 죽고 난 후 그녀가 하루키와 절친 교코(오오토모 카렌/키타가와 케이코)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원작에 없는 이야기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초부터 진부한 설정과 주제의식을 가진 이야기에 플롯을 추가하고 각색을 했음에도 오히려 이야기를 더 작위적이고 진부하게 만든 점이 있다.

자신의 내밀한 사연을 도서부원인 학생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플롯은 설득력이 약하고, '보물찾기'라는 복선이 잘 배치되어 있긴 해도 새로 발견된 편지를 통해 학창 시절의 친구들이 다시 감동을 받는다는 설정은 사족이자 신파다. 그리고 삶에는 정해진 것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 해도 원작에서처럼 사쿠라가 맞이하는 갑작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죽음의 방식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감정을 잘 다루는 감독의 연출은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고 특히 현재와 과거를 효과적으로 오가는 플래시백과 편집은 인상적이다. 한편 극중에서 사쿠라는 하루키에게 '우리가 만난 것은 우연이나 운명이 아니라 각자가 해온 선택의 결과'라는 말을 하지만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사실 운명론이다.

이야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쿠라가 자신의 슬픔에 감염되지 않는 나, 하루키와 나누는 솔직한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사쿠라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마음을 지닌 하루키라면 자신이 겪는 슬픔에 같이 빠지는 일 없이 순간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 대해 일본을 비롯한 해외 팬들은 '아저씨도 울리는 인생 최고의 걸작', '매우 감동, 화장이 지워질 정도로 울어버렸다', '멋진 제목과 흥미로운 슬픔', '진심 어린 훌륭한 스토리, 영화의 음악도 너무 좋다', '원작을 읽었는데 영화도 아주 좋았다', '하지만 원작이 영화보다 낫다', '원작에도 나오는 사쿠라의 갑작스런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마베 미나미의 섬세한 연기와 키타무라 타쿠미의 감정을 절제했다가 폭발시키는 연기가 좋다', '여운이 잊혀지지 않는 영화'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자극적이고 신선한 제목이자 극중 대사이기도 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옛사람들이 병을 고치기 위해 병이 든 자신의 신체 기관과 동일한 동물의 장기를 먹었다는 관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먹어주면 그 영혼이 먹은 사람의 몸속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죽음이 임박한 사쿠라는 비유적으로 자신의 췌장을 나, 하루키가 먹어서 그의 몸속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계속 함께 살고 싶다는 열망을 표현한다. 사쿠라의 인성을 사랑하고 그녀가 계속 살기를 바라는 나는 그런 그녀에게 대답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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