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양축 검접 武俠梁祝, 劍蝶: Butterfly Lovers, 2008' 오존과 채탁연의 로미오와 줄리엣

'무협양축 검접'은 '첨밀밀'로 홍콩 금상장과 대만 금마장의 촬영상을 수상한 촬영감독 출신이자 '환영특공', '서울공략'을 연출했던 마초성 감독이 중국의 민간전설 '양산백과 축영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각본과 연출, 촬영을 맡은 비극적인 무협 로맨스 드라마다.

옥황상제를 모시던 선남선녀가 금지된 사랑을 하는 바람에 인간 세상에서 천년 동안 10번의 환생을 거듭하며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벌을 받는데, 이 이야기는 10번째 환생한 그 두 사람의 이야기다.

'축'가 집안의 외동딸 언지(채탁연)는 부패한 관리로부터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적룡)의 뜻에 따라 남자들만 수학할 수 있는 소요산의 '소요파'에 들어가기 위해 남장을 하고 길을 떠난다. 도중에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난 그녀는 그가 주는 도움을 오해하는데, 다시 만난 그 남자는 알고 보니 소요파의 대사형 양중산(오존)이었다.

양중산은 여자임을 속이고 무술을 배우느라 버거워하는 축언지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끌려 그녀를 돕게 되고 그녀 역시 그런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결국 양중산이 축언지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한편, 어린 시절부터 축언지와 함께 자란 마승은(호가)은 그녀와 혼인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조정의 모략을 도와 벼슬을 얻은 뒤 소요산에서 그녀를 데려온다. 하지만 축언지가 자신과의 혼인을 거부하자 마승은은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녀를 집 안에 가두는데.

'양축', '나비 연인'이라고도 불리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양산백과 축영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중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4대 민간전설 중의 하나다. '양축'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희곡과 소설 등의 소재로 널리 사용되었고 홍콩과 대만, 그리고 중국에서 영화와 드라마로도 여러 번 제작되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오기륜과 양채니가 주연을 맡은 서극 감독의 1994년작 '양축 The Lovers'(아래 두 번째 영상)과 '양축' 전설을 최초로 영화화한 이한상 감독의 1962년작 '양산백과 축영태 The Love Eterne'(아래 세 번째 영상)가 있다.

서극 감독의 '양축'이 원작의 사랑 이야기에 더 가깝게 만든 반면에 마초성 감독의 '무협양축 검접'은 '양축' 전설의 큰 틀은 그대로 가져가되,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을 차용하고 무협 스타일을 더해 새롭고 영리하게 각본을 완성했다. 오래된 민간전설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가 옛스러울 수도 있지만 마초성 감독은 현대적인 각색과 함께 황당하지만 예상치 못한 비극적인 결말로 진부함에서 벗어난다.

촬영도 겸한 마초성 감독은 촬영감독 출신답게 수려한 영상미를 보여주는데, 액션 씬도 정교하고 화려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영웅본색'의 배우 적룡과 무술감독이자 배우인 웅흔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액션과 로맨스를 넘나드는 영화의 톤 조절이 다소 어색한데, 후반부의 비극적이고 심각한 전개에 비해 전반부가 너무 코믹하고 가볍게 그려진다. 또 억지스런 설정과 느슨한 플롯의 문제, 상황에 따른 극 연출의 진부함도 분명 존재한다.

해외 평론가와 팬들은 촬영과 영상미에 대해 호평하면서 영화가 나쁘지 않고 대체로 볼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십대 소년 소녀 같은 주연 배우들의 미스 캐스팅과 청춘 드라마 같은 스타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또 서극 감독의 '양축'보다 못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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