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 Identity, 2003'의 결말과 해석 (스포일러 포함)

'아이덴티티'는 '로건', '나잇 & 데이', '3:10 투 유마'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한 2003년작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이 영화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알려졌다. 소설은 어느 무인도에 8명의 손님이 초대를 받아 오는데 2명의 하인 부부를 포함해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한 사람씩 차례로 살해를 당한다는 내용이다.

말콤(프루이트 테일러 빈스)은 4년 전에 아파트 주민 6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사형 집행 하루 전, 유명 정신과의사인 맬릭 박사(알프리드 몰리나)가 그의 정신상태에 관한 새로운 증거를 판사에게 제시함으로써 형의 집행을 중단시키려 한다.

그날 네바다 주의 외딴 모텔에 사방을 가로막는 세찬 폭풍우를 피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조지(존 C. 맥긴리)와 앨리스 부부, 그의 아들 티미, 리무진 운전사 에드(존 쿠삭)와 여배우 캐롤라인, 경찰관 로디스(레이 리오타)와 그가 호송 중인 죄수 로버트, 매춘부 파리스(아만다 피트), 신혼부부 루와 지니가 그들이다. 거기에 모텔 주인 래리(존 호키스)를 포함하면 전부 11명이다.

이후 모텔에 모인 사람들이 한 명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각자가 품은 비밀도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죽은 사람들의 몸에서 나온 모텔 방 열쇠의 숫자가 마치 죽을 순서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여 의문은 더욱 깊어지고 급기야 시신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생존자들은 패닉에 빠진다.

'아이덴티티'는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 센스', '디 아더스'의 뒤를 잇는 반전 영화다. 말콤이 4년 전에 아파트 주민들을 죽여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은 맞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는 모텔에서 벌어지는 살인은 전부 말콤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말콤은 해리성 인격장애라는 병을 앓고 있어 여러 개의 인격을 갖고 있다. 맬릭 박사는 그 중에서 살인자의 인격을 없애기 위한 치료방법으로써 말콤이 가진 모든 인격들이 모텔이라는 상상의 공간에서 서로를 대면하게 만들었다. 그곳에 모인 인물들의 생일이 전부 말콤의 생일과 동일한 5월 10일이라는 것과 인물들의 이름에 다코타, 네바다, 버지니아 같은 미국의 주 이름이 성으로 들어 있다는 것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맬릭 박사가 말콤의 인격 중 하나인 에드에게 살인자가 살아남아서는 안 된다고 알려주자 전직 경찰이었던 에드가 실은 탈주범이었던 로디스를 죽이고 자신도 죽는다. 결국 파리스 혼자만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어쨌든 이것 역시 말콤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맬릭 박사는 말콤 속에 더 이상 살인자의 인격이 없다고 확신하고 이를 판사에게 납득시킨다. 그 결과 말콤은 사형 집행을 피하게 되고 맬릭 박사와 함께 차를 타고 돌아가게 되는데 말콤 속에 있던 진짜 살인자의 인격이 등장한다. 그는 바로 말콤의 머릿속 모텔에서 자동차 폭발로 죽었다고 여겨졌던 아이 티미다. 티미는 고향에 돌아간 파리스 앞에 나타나 그녀를 죽이고, 이와 동시에 현실에서는 티미의 인격만 남은 말콤이 맬릭 박사를 목졸라 죽인다.

'아이덴티티'는 2천8백만 달러라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9천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거둬들여 흥행에서 성공했고 해외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대단히 독창적인 스릴러', '심리 스릴러의 새 지평을 연 영화'라는 등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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