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저주 失眠, The Sleep Curse, 2017' 위안부 피해자가 남긴 저주

'불면의 저주'는 홍콩의 1990년대 컬트 슬래셔 무비인 '언톨드 스토리(인육만두)' 시리즈와 '이파랍병독'(Ebola Syndrome)의 구예도(허먼 여우) 감독이 연출한 홍콩 공포영화다.

1990년의 홍콩.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수면 단축 연구에 대한 지원을 거절당한 홍콩 의대의 신경과 전문의 람 박사(황추생) 앞에 10년 전 헤어진 연인 여문해(조조 고)가 나타난다. 그녀가 다시 나타난 이유는 자신의 아버지와 오빠가 평생 앓고 있고 자신도 곧 앓을지 모를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다.

여문해를 따라 말레이시아로 간 람 박사는 그녀의 가족을 진료하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곧 숨을 거두고 만다. 그러자 람 박사는 영안실에 몰래 들어가 시신에서 뇌만 탈취해 두리안 속에 넣어 가지고 홍콩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여문해 아버지의 뇌를 연구하던 람 박사에게 환영이 보이기 시작한다. 람 박사가 찾아간 뒷골목의 영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만운과 하오 두 쌍둥이 여인(시아)과 박사의 아버지 람식(황추생)에게 있었던 일을 다시 기억나게 하는데.

중국 자본으로 만든 홍콩 영화 '불면의 저주'는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인 슬래셔 무비를 역사적 비극에 버무려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구예도 감독의 장기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상업적인 영화에 일제 식민지 시기의 위안부 소재를 끌어들임으로써 장르와 비극적 역사 소재 사이의 위화감이 존재하지만 친일에 대한 단죄라는 주제의식의 도덕적 정당성은 설득력을 갖는다. 특히 결말부의 충격적인 고어 장면들은 그런 위화감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원한과 사회적 비극성을 충분히 환기시킨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공포영화임에도 공포감을 느끼기엔 부족하고 숨겨진 미스터리와 결말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또 이야기에 비해 상영시간이 다소 긴 편인데다 저주의 방식인 '흑마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해외 평단과 팬들은 영화에 대해 다소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서로 교차하는 플래시백과 현재의 플롯이 전혀 다른 두 영화처럼 느껴진다거나 저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플래시백이 지나치게 길다는 평가다.

또 결말 부분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카니발리즘과 슬래셔 장면들이 너무 늦은 시점에 등장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구예도 감독의 전작들만큼은 아니라 해도 분명히 그의 팬들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호평도 없지 않다.

한편 일제 식민지 시대의 홍콩 장면은 말레이시아 페낭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또 주연 배우인 황추생은 '언톨드 스토리' 시리즈와 '이파랍병독'에도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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