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여자 暗黒女子, Ankoku joshi, 2017'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녀들만의 미스터리

'암흑여자'는 아키요시 리카코가 2013년에 펴낸 같은 제목의 추리소설을 '모모세, 여기를 봐'의 야쿠모 사이지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미스터리 영화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의 각본을 쓴 오카다 마리가 각색을 맡았다.

선택 받은 학생들만 다닐 수 있다는 세이보 마리아 여자 고등학교. 그곳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모든 학생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시라이시 이츠미(이토요 마리에)가 옥상에서 투신한다. 학교 이사장의 딸이기도 한 그녀의 투신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투신 당시 이츠미가 은방울꽃을 손에 쥐고 있었다는 루머가 그녀가 이끌던 문학 동아리에 퍼지면서 동아리 멤버들 사이에 미묘한 불신이 생겨난다. 이츠미의 뒤를 이어 동아리 회장을 맡은 절친 사유리(시미즈 후미카)는 그녀의 죽음 일주일 뒤 정기 모임인 '암흑 전골' 정례회를 갖는다.

모임의 주제는 '시라이시 이츠미의 죽음'으로, 사유리를 포함해 이츠미의 죽음에 관여되었다고 의심 받는, 일종의 용의자들이라 할 수 있는 시요(세이노 나나), 미레이(타이라 유나), 디아나(타마시로 티나), 아카네(코지마 리리아) 이렇게 4명의 멤버들이 이츠미의 죽음에 관한 진상을 소설로 써서 낭독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 모임은 서로가 서로를 고발하는 자리로 바뀌고, 겉으로는 순수해 보이는 소녀들이 각자가 가진 추악한 모습을 모두에게 드러내게 되는데.

'암흑여자'의 플롯은 사건이 발생하면 탐정이 용의자들을 조사하고 각각의 알리바이에서 빈틈과 허점을 찾아 진범을 가려내는 전형적인 추리소설 형식을 따른다. 보수적인 여학교의 폐쇄적인 동아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밀실 추리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설정과 전개에서 허술한 점이 분명 존재하고 대사와 설명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이 많지만 문학적 특성이 강한 원작의 서사에도 불구하고 영화라는 매체성에 걸맞은 매끄러운 각색과 연출을 보여준다.

또 멤버 각각의 개성과 관점에 맞게 다양한 장르와 색깔을 표현하는 소설의 플롯으로 반전을 거듭하는 점이 흥미롭다. 그러나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이츠미 역의 이토요 마리에의 연기가 마스터마인드로서의 치명적인 매력과 존재감을 뿜어내는 데는 다소 미흡하다.

해외 팬들은 '암흑여자'에 대해 호불호가 갈렸는데, '점점 끌려 들어가는 이야기', '신인 배우들의 연기가 볼 만하다', '복선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구성이 좋다' 등의 호평과 함께 '경악할 만한 라스트는 없다', '인물들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설정에 비해 평범한 전개', '이토요 마리에는 이츠미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 '리얼리티 결여', '원작 같은 뒷맛의 씁쓸함이 없다', '영화의 어둠만큼이나 지루하다' 등의 부정적 평가들이 있다.

한편 원작 소설은 이른바 '이야미스'계에서 인기가 높은 작품인데, '이야미스'란 읽고 나면 기분이 나빠진다는 뜻의 ‘이야다(いやだ)'라는 단어와 '미스터리'를 합친 신조어로, 트릭이나 추리보다는 등장 인물들의 어두운 심리에 중점을 둔 소설들을 가리킨다고. 또 '암흑여자'는 '행복의 과학'이라는 종교단체에 빠져 출가와 함께 은퇴를 선언했던 시미즈 후미카의 복귀작이라 일본에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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