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여자 蜜のあわれ, Bitter Honey, 2015' 니카이도 후미의 치명적 매력

'금붕어, 여자'는 무로우 사이세이의 1959년 소설 '꿀의 정취'(蜜のあわれ)를 '꿈의 미로'의 이시이 가쿠류 감독이 영화화한 문학적이고 우화적인 판타지 드라마다.

노작가 사이세이(오스기 렌)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하나 있다. 그와 함께 있는 여자 아카코(니카이도 후미)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어린아이같이 순결하고 순진한 아카코는 때로는 애인처럼, 때로는 애완동물처럼 그의 곁을 맴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세이가 강의를 하는 곳에 유리코(마키 요코)라는 여자가 찾아오는데 그녀는 사이세이에게 버림받았던 여인으로, 실은 유령이다. 아카코는 처음에 유리코를 질투하지만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주면서 서로 급격히 가까워진다.

그런데 사이세이가 또 다른 여성 제자(칸 하나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아카코는 사랑의 달콤함에는 쓴맛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금붕어, 여자'의 아카코는 사실 노작가 사이세이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존재이자 정원 연못에서 키우는 세 살짜리 빨간 금붕어로, 그녀를 일컫는 '아카이 아카코(赤い 赤子)'는 붉은 아기라는 뜻이다.

이시이 가쿠류 감독은 원작소설을 그만의 해석을 통해 시적인 영화로 만들었는데, 노작가의 몽상 속에서 그가 마치 소년으로 돌아가 첫사랑을 다시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사랑의 상실과 열망, 그리고 생명력의 허무함을 담았다고. 또 영화가 전달하려는 특정한 결론이나 메시지가 있는 것이 아니며 다양하고 자유로운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극중에서 사이세이의 문학적 성숙과 이해는 그의 뮤즈인 아카코가 삶의 방향과 사랑을 찾으려 애쓰는 것과 이어져 있다. 그러나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사이세이와 아카코의 두 관점을 병행하는 내러티브는 다소 혼란스럽다.

'금붕어, 여자'는 초현실적인 느낌을 잘 살린 촬영이 좋고 사와다 이사와 히로시가 디자인한 창의적인 빨간 금붕어 드레스가 아름답다. 하지만 무엇보다 금붕어이자 여자 아카코 역을 맡은 니카이도 후미의 연기가 뛰어나다. 어린아이 같은 귀여움과 성숙한 여인의 요염함, 그리고 작가에게 상상력을 더해주는 에로틱한 뮤즈의 모습까지 캐릭터가 성장해 나가는 것을 전부 표현하고 있는 그녀의 연기는 영화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해외 평단과 팬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부정적 평가가 조금 앞선다. 호평 중에는 특히 니카이도 후미의 연기와 매력에 대한 칭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외에 '기발한 로맨스', '소설을 영화로 잘 옮겼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역의 코라 겐코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복고적 분위기가 좋다' 등의 호평과 함께 '이해하기 어렵다', '금붕어의 기분을 알 수 없다', '아저씨의 판타지일 뿐이다', '연출이 문제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한편 무로우 사이세이는 1889년에 태어나 1962년에 폐암으로 사망한 일본의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그가 죽기 3년 전에 집필한 초현실주의적 원작 '꿀의 정취'는 일흔이 넘은 노작가와 붉은 금붕어 여자 사이의 대화만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무로우 사이세이는 자신의 분신이기도 한, 죽음을 앞둔 노작가를 통해 욕망과 삶, 그리고 작가로서의 덧없음과 공허함을 그리려했으며 아카코는 자신이 알던 여자들을 모두 투영한 그런 캐릭터라고 밝힌 바 있다. 무로우 사이세이는 극중에도 등장하는 '라쇼몽'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친구이기도 하며 그의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 상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나카이도 후미는 고등학생 때인 17살에 이 소설을 처음 읽고 만약 영화화가 된다면 자신이 아카코 역을 꼭 맡고 싶다고 생각했다는데, 그 꿈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시이 가쿠류 감독도 아카코 역은 지금 일본의 여배우들 중에는 니카이도 후미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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