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남고 青禾男高, Fist & Faith, 2017' 하야시 켄토와 구호의 산만한 퓨전 액션물

'열혈남고'는 장조원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중국 액션 코미디 영화다.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1932년 일제가 만주 북동부에 세운 만주국. 그곳에 있는 청화남고는 중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이 함께 다니는 학교다.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짱 형호(구호)와 일본 학생들의 우두머리 시바타(하야시 켄토)는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인정하는 긴장관계에 있다.

그러나 형호가 짝사랑하는 류화 선생(경첨)이 중국 문화를 탄압하는 데 맞서 조직한 독서회를 시바타의 무리들이 습격하면서 두 진영 간에 다시 전쟁이 시작된다. 하지만 시바타는 자신의 가문을 위해 누나 기요코(쿠로키 메이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대신 나서 달라는 장교 마츠이의 불순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인데.

'열혈남고'는 장조원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크로우즈 제로', '말죽거리 잔혹사', '씬 시티' 등 여러 영화들을 흉내낸 퓨전 액션 활극이다. 하지만 주제 의식이나 드라마가 피상적이고 배후 음모의 수준도 얕으며 캐릭터 구축과 묘사, 인물의 동기가 모두 약하다 보니 극의 깊이감이나 액션 씬에서 박진감이 떨어지고 단조롭다. 또 전후반부의 톤도 일정하지 않다.

그래픽 노블 같은 만화 그림들을 이용한 비주얼이나 잭 스나이더 감독 연출 스타일의 슈퍼 슬로모가 위주인 액션 장면이 볼거리이긴 하지만 독서회나 로맨스를 담은 서브 플롯을 포함한 드라마 장면들은 너무 정적이라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반일'을 다루는 데 있어 흥행이나 여타 시선을 의식해 일부러 우회하거나 외면하지 않은 결말은 인상적이다.

해외 팬들은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는데 '과장되고 단조롭다', '이상한 스타일의 조합', '최악의 실망스런 영화', '반일이라는 주제는 너무 미약하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열혈남고'는 2명의 한국인 스태프가 참여했는데 '무사', '살인의 추억', '괴물',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김형구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았고 '올드보이', '역린', '방가자', '심용결 : 잃어버린 전설'의 양길영 무술 감독이 액션 설계와 스턴트를 책임졌다.

캐나다 만화가 브라이언 리 오말리의 그래픽노블 '스콧 필그림'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엔드 크레디트가 끝나고 나면 형호와 시바타의 누나 기요코가 대결을 벌이려는 듯한 짧은 장면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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