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버너스 Les Affames, Ravenous, 2017' 레 애팸스의 마크 안드레 그롱당

'래버너스'(레 애팸스)는 로뱅 오베르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캐나다 좀비 스릴러 영화로, 제25회 제라르메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심사위원상,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캐나다 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영어 제목 'Ravenous'는 '극심하게 배가 고프다'는 뜻이고 프랑스어 제목 'Les Affames'는 그런 사람들을 뜻한다.

이웃끼리 웬만한 사정을 다 알고 지내는 퀘백의 작은 시골 마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안전한 지역을 찾아나선다. 함께 다니던 친구 베지나를 잃은 보닌(마크 안드레 그롱당), 개에 물린 상처로 인해 오해를 받는 타니아(모니아 초크리), 마체테 칼을 휘두르는 주부 셀린(브리짓 푸파) 등 저마다 가족과 친구를 잃은 생존자들은 좀비들의 위협에 끊임없이 불안을 겪는다.

'래버너스'는 로드 무비 형식의 다른 좀비 영화들과 스토리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색다른 점 몇 가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 영화의 좀비들은 빠른 속도로 달릴 뿐 아니라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 무리들을 불러모으고 또 공격할 대상에게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 게다가 의자와 물건들을 거대한 탑처럼 쌓아놓고 마치 종교행위를 하듯 바라보고 서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래버너스'의 가장 독특한 점은 그 스타일이다. 로뱅 오베르 감독이 로베르 브레송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작품들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것처럼 이 영화에는 오랫동안 응시하거나 느리게 이동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종종 등장한다. 이는 흔히 빠른 속도감을 강조해야 하는 좀비영화에는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특유의 긴장감과 불안감을 잘 이끌어낸다. 해외 평단은 '래버너스'의 이런 점을 두고 '좀비 영화 장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관조적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좀비영화'라는 등의 호평을 했다.

로뱅 오베르 감독은 공포 영화를 꼭 찍어보고 싶었다면서 이 영화의 각본을 자신의 시골 집 헛간에서 썼다고 밝혔다. 영화를 찍은 장소도 자신의 집 뒷동산이고 극중에 나오는 말 세 마리도 자신의 말이라고 한다. 빈 의자들을 쌓아놓은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그 의자들에 앉았었다는 사실에서 과거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고. 혹자는 이 영화가 전통과 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퀘백 지역의 두려움을 표현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편 엔드 크레디트가 끝나고 나면 이미 좀비로 변해버린 보닌과 타니아가 등장하는 짧은 부가영상이 있다. '래버너스'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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