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 빚을 사하여 주옵시고 Forgive Us Our Debts, 2018' 채무자 클라우디오 산타마리아

영화 '우리 빚을 사하여 주옵시고'(Rimetti a noi i nostri debiti)는 안토니오 모라비토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탈리아 드라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필름으로 제작한 최초의 이탈리아 영화이기도 하다.

다니던 컴퓨터 회사가 망한 뒤 거액의 빚을 진 귀도(클라우디오 산타마리아)는 물류회사에서도 쫓겨나 살 길이 막막하다. 미혼에 가족도 없이 사는 그가 집에 전기마저 끊어졌을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웃에 사는 교수(예르지 스투)뿐이다.

빚 때문에 폭행까지 당한 귀도는 수금업체를 찾아가 차라리 자신을 고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그 결과 자신을 때렸던 최고의 수완꾼 프란코(마르코 지아리니) 밑에서 배우며 채무자들의 돈을 받아내는 일을 하게 된다.

귀도가 의외로 일을 잘 해내자 프란코는 그를 친구로서 집에 초대하기까지 하고, 귀도는 단골 바에서 주인 빅토르 대신 대타로 일하는 아름다운 리나(프로냐 코델리)에게 가까이 가려 한다. 하지만 채무자에게 수치심을 심어주는 귀도와 프란코의 작업 방식은 예상치 못한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는데.

영화 '우리 빚을 사하여 주옵시고'는 극 초반에 교수가 당구에 빗대어 설명하는 이탈리아의 답답한 정치경제적 상황이 배경이다. 모라비토 감독은 이탈리아와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스페인의 채권 추심 관행에 관한 글을 읽고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채무 때문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주인공 귀도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불황을 겪고 있는 여느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와 대척점에 있는 프란코도 생존을 위해 겉으로는 냉혹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죄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동전의 이면과 같은 존재다.

영화는 담담하면서도 효과적인 연출이 돋보이지만 스토리 전개가 대체로 예상이 가능하고 어정쩡한 결말이 아쉬움을 남긴다. 한편 '우리 빚을 사하여 주옵시고'의 영어 제목 'Forgive Us Our Debts'는 원래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라고 옮기는 주기도문의 한 대목이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