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打ち上げ花火、下から見るか?横から見るか?, Fireworks, Should We See it from the side or the bottom?, 2017' OST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을 다루는 스토리는 보통 주인공의 후회와 좌절감, 그리고 후회가 남는 과거의 상황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어 하는 심리를 그리곤 합니다. 더군다나 시간 여행이 한 차례로만 끝나지 않고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으로 반복해서 돌아간다면 그런 심리가 더욱 강화되겠지요.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가 바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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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한 같은 제목의 TV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과 달리 SF적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은 '타임 루프' 설정이지요.

주인공 노리미치는 첫사랑 나즈나의 호감을 살 뻔한 상황에서 그러지 못했다는 후회와 좌절감으로 가득합니다. 노리미치는 나즈나가 남긴 이상한 '만약 유리구슬'로 시간을 거슬러 분기점이 되는 순간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다르게 바꾸려고 최선을 다하지요. 하지만 또 다른 선택의 상황이 생기고 노리미치는 다시 다음 번 분기점으로 타임 루프를 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둘의 사랑이 이어지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라는 제목은 마치 시간 여행을 은유하는 것 같네요.

원작 드라마에서는 소년이 수영장에서 첫 번째 선택을 한 후 후회를 합니다. 그리고 그 후회를 만회하는 것 같은 또 다른 이야기가 여운을 남깁니다. 드라마에서는 '만약 유리구슬'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선택을 되돌리는 것은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드라마와 달리 반복되는 타임 루프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만듭니다. 그 때문에 노리미치와 나즈나의 도피는 너무 어리석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현실 도피를 뒷받침하는 것같이 보입니다. 상황을 바꾸고 결말이 해피 엔딩처럼 보일지라도 말이지요.

게다가 달라진 세상이 현실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유리구슬을 던져 들어가는 세계가 타임 루프의 세계인지 주인공들의 내면이 반영된 허구의 세계인지 끝까지 불명확하지요.

결말은 원작과 달리 노리미치와 나즈나가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결국 어디론가 함께 떠난 것처럼 끝이 나는데, 그 역시 현실의 일인지 평행세계의 일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 드라마와 달리 애니메이션의 반복되는 상황은 노리미치와 나즈나가 가진 후회의 감정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후회로 가득한 평행세계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선뜻 해피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지요.

애니메이션의 스타일은 원작 드라마와 달리 디즈니의 작품을 보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음악이 함께하는 환상적인 장면들이 그렇지요. 특히 바다 수면 위를 달리는 전차 장면은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명장면입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원작의 이야기를 미야자와 켄지의 '은하철도의 밤'처럼 만들고 싶었다는 바람에 따라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런 환상적인 장면 묘사를 가미했다고 하네요.

끊임없이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 등대의 빛줄기, 나선형 계단, 만약 구슬 등이 타임 리프를, 순간적으로 빛났다가 사라지는 불꽃은 사춘기의 아이들을 상징합니다. 또 불꽃을 옆에서 보는 것과 밑에서 보는 것이 다르다는 관점의 차이나 마지막의 절정 장면은 그 모든 일을 거친 후 노리미치와 나즈나의 내면이 성장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영상미가 뛰어난 이 작품은 영상과 조화를 이루는 음악도 훌륭합니다. 극중에서 나즈나 역의 히로세 스즈가 마츠다 세이코의 '남보라빛 지구(혹은 유리색의 지구)'를 부르는데, 히로세 스즈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음악감독 코사카 사토루가 왈츠처럼 편곡한 그 곡을 제작진이 보내준 DVD 영상을 보고 노래방에서 홀로 연습을 했다고 하네요(아래 첫 번째가 극중 히로세 스즈의 노래, 두 번째가 마츠다 세이코의 원곡).

여성 래퍼 DAOKO와 요네즈 켄시가 함께 부른 주제가 '우치아게 하나비 打上花火 Uchiage hanabi(쏘아올린 불꽃)'는 현재 유튜브에서 1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입니다(세 번째 영상). 오리지널 곡으로 REMEDIOS가 부른 원작 드라마의 주제가 'Forever Friends'(네 번째 영상)도 역시 코사카 사토루의 편곡으로 DAOKO가 새롭게 불렀습니다(다섯 번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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