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글리: 정글의 전설 Mowgli: Legend of the Jungle, 2018' 영화 후기, 앤디 서키스의 또 다른 정글북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 '모글리: 정글의 전설 Mowgli: Legend of the Jungle, 2018'을 보았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합작한 이 모험 가족 드라마는 우리에게 감독보다는 배우, 특히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모션 캡쳐 배우로 잘 알려진 앤디 서키스(Andy Serkis)가 두 번째로 연출한 장편 영화입니다. 그는 골룸과 시저 역 이후로 이 작품에 가장 끌렸다면서 자신의 개인적 열정이 담긴 프로젝트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모글리: 정글의 전설'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이 1894년에 출판한 소설 '정글북'을 바탕으로 모션 캡쳐를 활용해 실사와 CGI를 결합시켰는데, 디즈니가 실사로 제작한 존 파브로 감독의 2016년작 '정글북'(아래 두 번째 영상)과는 유사하면서도 다른 작품입니다. 디즈니의 가족 친화적인 '정글북'보다 훨씬 어둡고 진지하다는 점에서 원작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평을 얻기도 했습니다.

'모글리: 정글의 전설'은 존 파브르 감독의 '정글북'과 동일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컨셉은 조금 다릅니다. 이 작품에서는 모글리가 정글의 영웅이자 왕 같은 존재로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래서 영화는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원작 '정글북'은 사실 별개의 이야기들을 묶은 선집이고 모글리 이야기는 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정글북'에 비해 분위기와 톤이 더 어둡고 동물의 표정이나 행동이 더 인간에 가깝습니다. 모션 캡쳐를 통해 렌더링된 3D CGI도 실사보다는 애니메이션에 더 가깝게 보입니다. 그런 기술적 위화감 때문에 영화는 실사와 만화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서비스하고 있지 않지만 북미 일부 극장에서는 볼 수 있다는 3D 버전은 어떤지 한 번 보고 싶습니다.

'모글리; 정글의 전설'은 분명 '정글북'과는 다른 재미와 즐거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글리가 정글을 떠나 인간의 마을로 내려간 후 이야기는 길을 잃어버립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모호해지고 다크한 분위기도 중심을 잃은 듯 어정쩡합니다. 한마디로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둡고 어른들에게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서양인 사냥꾼으로 대변되는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이 담긴 은유도 다소 어색합니다.

'정글북'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도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는데,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이 모글리의 의형제 같은 흑표범 바기라 목소리를,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가 호랑이 시어 칸 목소리를,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이 거대 뱀 카아 목소리를, 앤디 서키스가 곰 발루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그 외에도 나오미 해리스(Naomie Harris), 피터뮬란(Peter Mullan) 등의 배우들이 늑대 무리를 연기합니다. 모글리 역은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도계 배우 로한 챈드(Rohan Chand)가 맡았습니다.

LA에서 촬영한 '정글북'과 달리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영국에서 2015년부터 촬영한 '모글리: 정글의 전설'은 워너 브러더스가 원래 2016년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추가적인 시각효과 작업과 디즈니의 '정글북' 때문에 공개일이 여러 번 연기된 바 있습니다.

제목은 원래 '정글북: 오리진'(Jungle Book: Origins)이었지만 2017년에 '모글리'(Mowgli)로 바꾸었고 2018년 넷플릭스에서 '모글리: 정글의 전설'로 바꾸어 발표했습니다.

'모글리: 정글의 전설'의 제작비는 1억 달러로 1억 7,700만 달러를 들인 '정글북'보다는 좀 작습니다. 하지만 '정글북'은 전 세계적으로 9억 6,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히트를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이 작품의 판권을 사들이기 위해 워너 브러더스에 과연 얼마를 지불했을지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