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리뷰

이제 해리포터 시리즈도 슬슬 지겨움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영화들마다 조금씩 다르고 미래(결말)를 향해 발전해 나가며 해리포터도 성장하기는 하지만, 각각의 영화들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즉 해리포터를 둘러싼 의문의 사건들, 알 듯 모를 듯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는 조력자 내지는 용의자들, 마침내 미스터리가 풀리고 해리포터는 누명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사건을 해결하는 영웅이 된다는... 그런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리즈를 더해가면서도 변하지 않는 해리의 외로움과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보고 있노라면 쟤는 왜 아직 저러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데이빗 예이츠가 감독한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2007>은 시리즈 중에서도 비평적인 찬사를 많이 받고 있는 작품이다. 어린아이들이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빌어 어른들의 우울한, 정치적인 세계를 비꼬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재미는... 글쎄다.

이야기가 복잡하지도 않은데 정보의 숨김은 많고, 스토리의 개연성은 적다. 마법부 장관이 호그와트의 덤블도어 교장과 그의 군대(?)를 두려워하는 것도 동기가 약하고 그 심복인 둘로레스 엄브릿지 교수가 덤블도어 교장을 대신해 학교를 장악해 나가는 것도 그 과정이 너무 길게 그려진다. 그래서 지루하다.

왜 마법부는 현실을 은폐하려는 걸까? 왜 의문의 사건은 호그와트에서만 일어나고(해리포터에게 감춰진 비밀 때문이겠지만) 마법부의 존재들, 그리고 그 외 마법 사회의 스킬 높은 마법사들은 대체 무얼하나? 1편부터 쭉~ 왜 해리포터의 눈에는 헤르미온느보다 초 챙이 이뻐 보일까? 해그리트의 배다른 거인 동생은 대체 왜 나온 건지... 영화는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화려한 액션과 비주얼로 이야기를 그냥 정리해 버린다.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롤링의 소설이 끝나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나라 TV 드라마들이 시청률 때문에 편법으로 횟수를 늘여 연장 방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최고의 판타지 시리즈 답게 이번에도 CG와 합성에서 잘 계산된 뛰어난 비주얼을 보여준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에 길들여진 관객의 눈높이엔 이미 모자란다. 물론 <트랜스포머>를 미처 보지 못했다면 이 영화의 비주얼은 여전히 유려하고 훌륭하다. 여건이 되시는 분은 아이맥스 전용 상영관에서 IMAX DMR 3D로 관람한다면 이야기의 전개부분인 중반부의 지루함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기괴한 영화 속 장소에, 판타지의 현장에 자신이 직접 뛰어든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고, 날아드는 유리 파편 속에 해리포터와 같이 서있는 듯한 사실감이 들 것이다. 그러한 체험은 상당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그 후반의 20분 동안은 제작사가 애초부터 이 영화의 입체상영을 염두에 뒀다는 듯 연출이 잘 계획 되어 있다. 역시 할리우드는 돈을 어떻게 벌어야할지 안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초반 흥행 성적은 좋겠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방학이 시작되면 그렇지 않을까? 그건 애들에게 물어봐야겠지. 아무튼 사건을 아이들의 시각에서 그들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신선함이 시리즈의 후반으로 가면서 이제, 이야기에 한계를 두는 족쇄로 작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니 롤링도 주인공 중에 하나를 죽이면서 이제는 그만 시리즈를 끝내겠다고 하지 않는가.

<해리포터 시리즈>를 총평한다면, 작품성에 있어선 알폰소 쿠아론이 만든 시리즈 3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 2004>를 오락성, 재미에 있어선 마이크 뉴웰이 만든 시리즈 4편 <해리포터와 불의 잔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2005>을 시리즈의 베스트로 뽑겠다.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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