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cm' Review

벗꽃잎이 바람에 날려 땅에 떨어지는 속도, 초속 5cm. 그 쪽 사람들은 왜 그렇게 제목을 잘 뽑을까? 소설, 영화, 만화, 애니매이션 등 장르에 상관없이. 문화계 전체가 작명에 소질이 있는 걸까?

<초속 5cm>란 제목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가가고 멀어지는 속도일까?

영화 속 두 번째 에피소드 <코스모너트>에서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을 바라보며 다카키가 말한다. 사방이 암흑인 우주공간에서 우주인이 느끼는 외로움의 깊이는 절대적일 거라고.

그렇다. <초속 5cm 秒速 5センチメ-トル, 2007>는 외로움과 어긋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외로워서 서로 사랑을 찾지만 어긋나는 사랑에 또 다시 외로움을 느낀다.

아카리를 사랑하는 다카키도, 강아지처럼 꼬리가 있다면 그를 향해 흔들어 대고 싶다며 다카키를 짝사랑하는 카나에도, 3년 동안 만나왔지만 다카키에겐 1cm도 가까워지기 힘들었던 그 여자도, 아니 헤어져서도 여전히 다카키를 그리워하는 그 여자도, 이제는 성인이 되어 다카키가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렇지만 다카키를 그리워하는 아카리도 서로에게 절실한 그리움을 갖지만 어긋나는 사랑에 뼈 속 깊이 외로워한다.

그리고 마지막 3편의 에피소드 <초속 5cm>에서 2편에서 카나에에게 용기를 주었던 다카키의 말이 현재의 외로움로 나타난다. "스미다, 나도 내일 일을 알 수 없어.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래."...

신카이 마코토 표 연출의 가장 큰 장점은 정서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동원하는 복합적인 배치다.

상황과 이야기와 정서에 절묘하게 들어맞는 연출적인 배치.

1편 <벗꽃화>에서는 멀리 있는 아카리를 만나러 가는 다카키의 설레임을 물리적으로 먼 거리와 만남을 가로막는 날씨, 소년이 처음으로 사는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갈 때의 긴장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리게 해, 다카키의 말처럼 시간이 악의를 가지고 아카리와의 만남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긴장감을 배가하고 그 감정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되어온다.

2편 <코스모너트>에서는 카나에가 바라보는 거리 이상의 훨씬 먼 곳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다카키의 마음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먼 곳을 날아가는 우주선과 우주인의 절대고독과 함께 배치된다.

정말, 그것보다 더 경탄을 자아낼 만한 적확한 상황이 또 있을까?

덧붙여,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공감과 절대미, 이 두가지 단어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다루는 세밀한 일상과 감정은 우리도 평소에 지겹도록 돌아보는 것들이고, 그 세밀함에 대한 집요하고도 끈질긴 관찰 속에서 깊이와 극한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일상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바람에 굴러가는 나뭇잎에도 감정을 싣는 데는 <러브레터 Love Letter, 1995>의 이와이 슈운지도 빠지지 않지만 그도 정작 신카이 마코토에 비하면 한 수 아래다. 물론 이와이 슈운지의 작품이 못하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즉, 신카이 마코토의 시선은 쉴 새 없이 우리의 주변을 돌아본다. 주인공들이 중요한 대화를 하고 있어도 화면에 보여지는 장면은 그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풍경, 건물, 소품)과 심지어 주인공의 신체의 일부를 오간다. 그 일상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더불어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긴 여백과 정서적인 울림을 준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이 시인이구나, 참 이런 게 씨네포엠이란 거구나, 그런 잡다한 생각이 든다. 항상 다음 작품이 기대되고 보고 싶은 감독 중의 하나가 신카이 마코토 바로 그다.

   어느 곳에서나 항상 그대의 모습을 찾고 있어요.

   건너편의 집, 골목의 창가,

   교차로에서도, 꿈속에서도,

   사쿠기초의 새벽녘 거리에서,

   급행열차를 기다리는 건널목에서,

   여행지의 작은 가게에서, 신문의 한 구석에서,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는데,

   이런 곳에 올 리가 없는데...

   만약 기적이 이루어진다면 지금 그대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몇 번이라도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그대가 있는 곳으로...

 

<초속 5cm>의 주제가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중에서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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