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을 제안하는 '텐 아이템 오어 레스 10 Items or Less, 2006'

흔히들 이런 영화를 작은 영화, 혹은 소품이라고 부른다. 무엇이 작다는 말일까? 이런 영화들은 흔히 빅스타가 나오지 않는다. 건물이 터져 나가지도 않고 자동차가 절벽을 구르지도 않는다. 즉, 투입되는 돈이 적다. 그렇다면 큰 영화는 뭐라고 불러야 하나? 대품이라고 해야 대조법이 성립되겠지만 우리는 대개 블록버스터라고 부른다.

<텐 아이템 오어 레스>는 소위 작은 영화다. 파즈 베가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 출신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그 허전함을 모간 프리먼이라는 노련한 스몰(?) 스타로 메웠다. 하지만 작은 영화라고 꼭 재미없으란 법은 없다. 1시간 22분이라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블록버스터 시리즈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비교적 짧은 시간이지만 이 영화를 일단 보기 시작했다면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지루하지 않을까, 하고 염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재미는 무엇일까? 바로 살아 있는 캐릭터다. 스토리는 이렇다. 모간 프리먼은 다음 영화를 쉽게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그리고 한편으론 자기 인생이 실패한 게 아닌지 고민하는 배우다. 그가 애슐리 쥬드와 함께 연기한 <더블 다운>(영화 속의 영화 제목이다. 원래는 <더블 크라임>인데 제목을 살짝 바꿔놓은^^)은 마트에서 그 이름처럼 할인가격의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가 캐릭터 연구를 위해 찾아간 마트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 파즈 베가가 맡은 여주인공 스칼렛이다. 스칼렛은 25살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도 이미 남편과 헤어졌고 6년 동안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건설회사 비서 자리를 알아보는 그야말로 평범한 여자다. 비서 자리를 위해 면접을 보러 가려는, 자신 없어 하는 스칼렛에게 모간 프리먼이 용기를 심어준다.

이야기만 들어보면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재미 있다. 인물들이 살아 있고 유머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몸짓과 대사를 오랫동안 붙들어놓는 카메라는 캐릭터의 생생함에 힘을 실어준다. 그리고 멋진 대사들이 인생의 깊이를 드러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재미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이 누구인가 찾아봤더니 <문라이트 마일>을 연출했던 브래드 실버링이다.

<문라이트 마일>을 본 사람이라면 그가 인생을 깊이 고민해본 사람이라는 걸 알 것이다. 그 영화가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작은 영화, 혹은 소품이라는 말에는 어딘가 재미 없다는 선입견이 스며들어 있다. 재미없는 블록버스터가 곳곳에서 지뢰처럼 터지는 걸 보면 작은 영화나 소품이라는 말은 <텐 아이템 오어 레스>같이 숨은 보석 같은 영화에 붙이기에는 좋은 이름이 아닌 듯하다.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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