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 4.0' Review, 죽도록 고민했지만 흠 잡을 때가 별로 없는.

잘 만들어진(well-made) 킬링타임용 오락영화는 사실, 별로 할 말이 없다. 중요한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있는 것도 아니며, 그 형식과 스타일이 특별할 것도 없다. 그것이 이전부터 널리 알려진 유명한 시리즈라면 더 할말이 없다. 결국 이전 시리즈와 달라진 것은 무엇이며, 더 나아진 점과 못한 점을 찾는 것. 뭐 이 정도다. 그 영화가 잘 빠졌다고 생각될 때, 특히 더 그렇다. 이 말은 약점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기 그 잘 빠진 영화가 한 편 있다. 바로 <다이하드 4.0 Live Free Or Die Hard, Die Hard 4.0, 2007>이다.

일단 거두절미하고 <다이하드4.0>이 <트랜스포머 Transformers, 2007>가 시작한 여름시즌의 흥행태풍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좀 있으면 미국 현지에서 <다이하드4.0>을 능가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Ratatouille, 2007>가 그 뒤를 받칠 것이다. 그리고 <심슨 가족 더 무비 The Simpsons The Movie, 2007>도 있다. 아직 <트랜스포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2007>의 흥행 기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고 <다이하드4.0>이 치고 올라갈 것이니 곧 개봉하는 한국영화 <화려한 휴가>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특히 8월 초 개봉하는 <디워 D-War, 2007>마저 빼어나다면 <화려한 휴가>는 비운의 희생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 이제 그럼, 잘 빠진 액션무비 <다이하드 4.0>을 살펴보자.

80년대 후반 <다이하드>(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는 물론 존 맥클레인 역의 브루스 윌리스도 이 영화로 최고의 각광을 받은 스타였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감독 존 맥티어난이 있었다. 그는 당시 제일 잘나가는 감독 중의 하나였고 <프레데터 Predator, 1987>의 정글, <붉은 10월 The Hunt For Red October, 1990>의 잠수함, <다이하드 Die Hard, 1988>의 나카토미 빌딩에 이르기까지 폐쇄적이고 한정된 공간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액션은 그를 할리우드라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은 작가라는 평가까지 받게 만들었다.

그리고 12년이란 시간이 지나 그 존재감은 이제 존 맥클레인, 브루스 윌리스가 이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다이하드 4.0>은 브루스 윌리스가 제작을 먼저 결심하고 제작자로도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작업을 추진했다는 후문이다.(존 맥티어난 감독도 여전히 제작을 담당하고있다) 브루스 윌리스의 리더쉽 덕분인지 <다이하드4.0>은 1편의 감칠맛나는 모양새를 되찾고 있다.

웰메이드 시나리오!

<다이하드 4.0>에서 존 맥클레인의 유머는 더없이 빛을 발하고 예기치 않게 일에 휘말려 죽도록 고생을 한다는, 그 여전한 스토리는 익숙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시리즈의 특징과 개성, 그리고 상황과 대사까지 반복하고 변용한 훌륭한 시나리오는 시리즈의 자기반영을 통해 <다이하드>를 스타워즈 시리즈와 같은 전설에 반열에 올려놓는다.

<다이하드4.0>의 돋보이는 변용은 <다이하드> 시리즈의 미덕을 살리면서도 시대적인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영민함을 보인다. 그리고 앞서 나왔던 대사를 비틀며, 복선과 복선에 대한 해결을 적절하게 구사한 기교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때를 놓치지 않는 재미를 준다. 한마디로 웰메이드 필름의 요건을 시나리오가 잘 갖추고 있는 것이다.

흐르는 세월처럼 존 맥클레인의 파트너는 LA 말단 경찰, 택시운전사에서 컴퓨터밖에 모르는 조무래기 해커로, 또 그의 아내는 딸로 바뀌었다. 그리고 2편과 3편을 지나면서 한정된 공간이라는 설정도 도시로, 미국 일부로 그 스케일이 커졌다. 하지만 <다이하드 4.0>은 <다이하드>시리즈 본래의 분위기는 결코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몸에 잘맞는 새로운 옷으로 능숙하게 갈아입는다.

영화배우 케이트 베킨세일의 남편이자, 그녀가 주연으로 나왔던 <언더월드Underworld, 2003>, <언더월드 2-에볼루션 Underworld: Evolution, 2006>의 감독인 렌 와이즈는 <언더월드> 시리즈의 포스트모던한 분위기를 가져와 멋진 테크노 액션을 만들어 내었다. 그의 연출은 <다이하드 4.0>이라는 '웹2.0'을 응용한 제목처럼, 사이버테러란 설정에 맞는 익스트림 액션으로 80년대 <다이하드> 시리즈의 팬들뿐만 아니라 <다이하드> 1편 때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지금의 주 타겟층인 젊은 관객들까지도 모두 만족시킨다.

익스트림 액션 비주얼!

<다이하드 4.0>의 실제 액션은 꼭 CG로 만든 것 같이 잘 짜여져 있고 야마까시처럼 빠른 편집 속도는 오랜만에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논스톱 액션을 선보인다. 요컨대, 액션 그 자체로만 상당한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형사'란 말은 어울지 않는다. 물론 극 중의 캐릭터인 존 맥클레인은 그럴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이가 50이 넘어서도 이전보다 점점 더 강력한 액션을 선보이는 브루스 윌리스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디지털 기술(CG가 합성에만 조금씩 사용되었다지만)이 아니라면 액션 장면에서 그가 그렇게 막무가내일 수가 있겠는가? 하는 반감이 살짝 고개를 치켜든다.  

그런데, 깜깜한 터널 안에서 차량들이 부딪히고 경찰차가 헬리콥터를 부수는 것을 수없이 반복한 연습 끝에 실제로 찍었다니. 그것도 많은 분량을 세트에서, 오 세상에나....

<다이하드 4.0>은 출연하는 배우들이 주는 재미 또한 괜찮다. 프랑스 영화 <13구역 Banlieue 13, District 13, 2004>, <크림슨 리버 2 - 요한계시록의 천사들 Les vieres Pourpres 2 - Les Anges De 'Apocalypse, 2004>의 야마까시 액션스타 시릴 라파엘리가 단출한 악역으로 나오는 것이 안스럽고 <체이싱 아미 Chasing Amy, 1997> <도그마 Dogma, 1999>, <저지걸 Jersey Girl, 2004> 등의 감독을 맡았던 케빈 스미스가 볼티모어에 사는 웃기는 해커로 나오니 그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참, 그리고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리프트 The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 2006> 한국계 배우 성 강 sung kang도 FBI 요원 역으로 한 몫을 한다.

사족을 덧붙이면 돈을 벌어들이기 위한 할리우드의 소재찾기에는 성역이 없는 것 같다. 9.11같은 테러를 당하고도 버젓이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의 소재를 선택하는가하면 내부의 모순과 음모론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프로의 냄새를 솔솔 피우기도 하면서. 하지만 영화 이외의 부분, 즉 실제 현실에서도 언론이 저렇게나 자유를 가지고 있을까? 아니, 미국에서 정부내지는 이면의 세력과 타협을 하지않는 언론 자체가 존재하기나 할까? 대답은 글쎄다.

그리고....음.

역시 미국의 적은 미국 내부에 있다!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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