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011', 중산층의 종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테이크 쉘터’는 영화 ‘머드’의 감독 제프 니콜스의 두 번째 작품이다. ‘테이크 쉘터’는 제 64회 칸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대상, 국제비평가협회상, 극작가협회상을 동시 수상했다. 그의 세 번째 작품인 ‘머드’도 칸 경쟁부문에 올랐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을 둔 평범한 가장 커티스. 풍족하진 않지만 건설노동자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하는 그는 언제부터인가 악몽을 꾸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커티스는 자신의 악몽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질환으로 의심하면서 한편으로는 현실적 계시로도 받아들인다.

난청을 앓고 있는 커티스의 어린 딸은 다행히도 그가 다니는 회사의 보험 덕분에 겨우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의 가족은 집도 차도 다 대출을 끼고 있어 여기저기 돈 들어갈 곳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티스는 꿈속에서 본, 세계를 멸망시킬 폭풍우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내 몰래 또 대출을 받아 집 마당에다 방공호를 짓기 시작한다.

그런 사정을 알아차린 아내 사만다는 위태로운 자신들의 삶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회사 동료들마저 커티스를 외면하고 그는 결국 회사에서 해고되고 만다. 그리고 닥쳐온 폭풍우, 커티스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방공호로 피하는데.

‘테이크 쉘터’는 자칫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영화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그러하고 현실과 악몽 속에서 갈등하는,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공식처럼 몰입감을 높여가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감독이 끌어들인 묵시록적 소재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 전개는 ‘테이크 쉘터’를 뻔해 보이는 그런 류의 영화들과는 단번에 차별되게 만들었다.

감독은 이 영화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산층이 처하게 된 위기를 은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괴롭히는 현실의 무게는 꼭 미국 중산층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결말 부분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커티스가 꿈에서 본 종말의 폭풍우가 현실에서 실제로 몰아닥친다. 그것은 커티스 개인의 비극이 가족의 비극이 되고 그 가족의 비극이 전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로 확장되는 상징적 장면이다.

자칫 손쉬운 결론으로 치부될 수 있는 이 비관적 결말은 인류가 개인이나 가족의 행복을 위해 마치 외줄을 타는 것 같은 위태위태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결국은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절망적인 현실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순히본주의 사회에서 흔들리는 중산층 가정의 위기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마지막 장면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종말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효과적인 CG도 좋았고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진폭이 큰 주인공 커티스를 연기하는 마이클 섀넌의 연기도 훌륭하다. 그리고 커티스에게 반응하는 사만다 역의 제시카 차스테인은 절제된 연기로 비극 속에 함몰될 수도 있는 영화의 분위기에 균형을 잘 잡아준다.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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