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 Gone Girl' 올해 최고의 반전과 결말의 스릴러 영화?

= 스포일러를 완전 포함하고 있으니 영화를 볼 분들은 읽지 말 것을 권합니다 =

스릴러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허를 찌르는 반전, 촘촘하게 짜인 플롯과 스토리, 범죄를 추리하고 추적해 나가는 매력적인 탐정, 혹은 형사 캐릭터, 선과 악을 넘나드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인,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 등등….

'나를 찾아줘'는 위에서 말한 대부분의 조건들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뛰어난 스릴러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찾아줘'를 단순히 스릴러 영화라고만 못 박는 데는 반대한다. 범죄의 전말을 치밀하게 그려내기만 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블랙 코미디의 요소가 들어가 있고 미디어의 부정적인 면을 건드리는 사회고발의 면면도 들어 있다. 범죄의 전말이 재구성되고 난 이후에는 느와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팜므 파탈 Femme Fatale의 면모를 부각한다. 또, 원작소설은 범죄자의 이상심리를 다뤘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이상심리보다는 이야기의 전개에 더 공을 들인다.

'나를 찾아줘'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서술 형식과 유형화 formula된 장르영화의 관습 convention들을 믹스하는 데 있다. 거기에다 예상치 못하게 만드는 플롯의 전개는 전형적인 스릴러물의 공식을 뛰어넘는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영화는 전반부에 에이미 던(로자먼드 파이크)의 실종과 그 이면은 무엇인가, 범인은 과연 남편인 닉 던(벤 애플렉)인가를 탐색하는 듯하다가 중반에서는 에이미가 사라진 이유를 밝히면서 그녀가 겪게 되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에는 악녀로서 에이미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그려낸다.

블랙코미디의 요소나 미디어에 대한 비판, 짜임새가 있는 스토리 등은 영화의 서술 방식을 보다 더 자연스럽게 부각시키는 요소로 존재하는 것이지 이 영화의 본질은 아니다. 반전과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결말도 영화의 핵심은 아니다.

특히 극 초반에 관객들은 에이미의 시점에 어느 정도 동조하게 되는데, 스토리의 서술방식에서 3인칭 시점으로 보여지는 벤 애플렉의 입장과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에이미의 입장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의 에이미에 대한 동조가 시점 탓만은 아니다. 그것은 에이미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났던 실제 이야기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플래시백은 달콤하다. 두 사람이 뉴욕의 파티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레스토랑 뒤편 골목에서 설탕이 배달되고 있는 곳에서 고운 설탕 입자가 공기 중에 흩날릴 때 하는 두 사람의 키스는 어떤 로맨스 영화보다 더 달콤한 공감각적 장면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같이 겪었던 추억을 뒤로하고 닉이 에이미를 밀쳤다는 부분에서 진정한 진실게임이 시작된다. 거기서부터 에이미가 가짜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드러나지만 이미 관객들은 혼동하기 시작했고 에이미의 입장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교묘한 연출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에이미의 악녀로서의 모습이 본격화되면서 플롯은 허술해지고 짜임새가 약해진다. 자신의 상황을 반전시켜 삶의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그녀의 이상 행동은 조금 억지스럽기까지 했다. 극중의 허술한 경찰 조사도 그것에 일조를 한다. 그렇다보니 후반에는 영화가 관객에게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나를 찾아줘'는 뛰어난 역작임에는 틀림없다. 시점과 시간을 넘나드는 서술 형식의 독특함은 예술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도 아깝지 않다. 영화 '나를 찾아줘'는 올해 최고의 스릴러 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이전에 올해 최고의 장르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뛰어난 반전과 박진감 넘치는 스릴이 있는 스릴러 영화는 아니다. 결코 비판이 아니다. 사실 잘 만든 영화는 논쟁거리가 별로 없다.

배우들의 연기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로자먼드 파이크의 무표정 연기는 정말….

 


1. 개인적으로는 에이미가 데지를 끌어들이기 전까지의 전개가 아주 좋았다. 원작이 소설이라 그런지 중반 이후 플롯의 전개에서 문학적인 향기가 많이 느껴진다.

2. 극중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같이 살 이유가 없다’는 에이미의 말에는 설득당할 수밖에 없더라.

3.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중 '세븐 Se7en, Seven, 1995'이 더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내 취향인 것 같다.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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