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 올마이티' 리뷰


당신은 믿는가? 조그마한 친절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One) Act of Random kindness = ARK : 방주
;임의로 베푸는 친절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코미디 영화 중에서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였다는, 그것도 1억5천만 달러를 들인 <트랜스 포머>나 1억1천만 달러의 <다이하드 4.0>보다 더 많은 1억7천만 달러를 들인 <에반 올마이티>가 개봉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첫 소감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나 많은 돈을 들였을까?이다.

<에반 올마이티>는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 2003>의 스핀오프(spin-off) 속편이다. 감독은 전편과 같이 톰 새디악이 맡고 주인공은 짐 캐리에서 그의 라이벌이었던 앵커 스티븐 카렐로 바뀌었다. 전작의 한 캐릭터를 따로 떼내어 유사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스핀오프의 정의에 충실하다. 하지만 그냥 주인공만 바꾼 것은 아니다. 전작에서부터 일관되게 끌어오는 위의 주제는 브루스에게뿐만 아니라 그의 라이벌 에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감독은 자신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그러한 진리가 동일하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전편의 브루스는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이번의 에반은 한창 잘나갈 때, 두 가지 정반대의 상황을 설정하고 인간은 누구에게나 어떤 상황에서나 동일한 진리를 깨달을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설교를 전한다. 그런데 왜 하필 노아의 방주인가? 왜 감독은 노아의 방주를 재현하는 데 그 많은 돈을 퍼부을 수밖엔 없었을까? 그만큼 메세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영화의 플롯은 굉장히 단순하다. 전하려는 메세지가 단순한 것처럼. 하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는 종말론적인 노아의 방주 예화를 끌어들이고 재현하는 데 들어간 정성과 노력이 빛을 바래게 한다. 

 

에반도 브루스보다는 유연하지 못하고 폭발력이 있지도 않다. 브루스처럼 신의 주문을 강하게 거부하지도 못하고 받은 권력을 일단 마음대로 휘두르지도 않는다. 그런 점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작에선 브루스의 일탈이 주는 재미가 있었던 반면 에반은 일탈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한마디로 너무 모범생같다. 영화의 <브루스 올마이티>와 <에반 올마이티>의 분위기는 마치 회개하기 전과 회개한 후를 보는 것 같달까.

 

세상의 동물들을 한 쌍씩 모아놓은 CG와 합성은 다른 블록버스터들과는 또 다른 정서적인 시각적 재미를 주며 실제 동물들을 훈련시켜 연기시킨 장면은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런 장면들 때문에 영화가 지루할 틈은 없다. 하지만 앞서도 지적했듯이 이야기의 허술함과 유머의 부족으로 결국엔 비효율적인 장면들이 되어 버리고 만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반문하고 싶은 것은 만약에 방주를 만들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모여들지도 않았을 것이고(그럼 그들을 구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방주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쩔텐가?  신이 아니라 제작진이 답해야할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전달방식의 순수함은 인정한다. 그래도 너무했다. 1억 7천만 달러는.

 

미국에서 개봉 첫주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전작의 놀라운 흥행 성적(북미에서만 2억 4천 283만 달러)에는 못미칠 듯하다. 일본개봉이 취소된 것만으로도 시작이 좋질 않다. 너무 종교적이라는 것도 취소의 이유가 될 듯하다. 일본은 기독교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약하기때문에. 오히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했더라면 어떨까 싶다. 영화가 거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The Passion Of The Christ, 2004>에 맞먹는 종교적 인상을 주기때문이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보기엔 딱이다.(사실 나름 재미도 꽤 있다.)

 

그러므로 당신이 교회에 다닌다면 이 영화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 요즘같이 기독교와 교회가 욕을 들어먹을 때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운이 없게도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노아의 방주가 영화 전편에 걸쳐 나온다는 이유로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이 영화는 분명 크리스천들에게는 인사이트insight가 있을 것이다. 

 

다음의 장면을 보자

 

에반을 떠난 그의 부인이 도로 휴게소 식당에 남겨두고 온 에반 때문에 갈등 하고 있을 때 식당 종업원을 가장해 나타난 신은 이렇게 충고한다.

 

"인내를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인내할 기회를 주시고,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주신다
"고.

 

그것이 정답일 것이다.

 

만약에 신이 당신 앞에 강림한다면, 당신은 어떡할텐가? 난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신만 허락하신다면 밤새도록 묻고 싶은 것이 많다. 여러분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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