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라인드 Blind, 2014', 시력을 잃은 엘렌 도리트 페테르센이 그리는 소설

영화 '블라인드'는 노르웨이 출신의 에스킬 보그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그의 첫 번째 연출작으로, 제30회 선댄스 영화제 각본상과 제64회 베를린 영화제 유럽영화상을 수상했다.

최근에 갑자기 시력을 잃은 잉그리드(엘렌 도리 페테르센)는 세상과 단절한 채, 두려움에 사로잡혀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그녀는 남편 모튼(헨리 라파엘센)이 바람을 피진 않는지, 견디다 못해 자신을 떠나진 않을지 걱정하면서 낯설지만 점차 청각과 촉각에 의존한 생활을 해나간다.

이후 잉그리드는 자신의 두려움과 외로움, 그리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상상을 통해 소설로 그려간다. 소설 속의 남자 에이너(마리우스 콜벤스트벳)는 불안장애를 가진 외로운 사람으로, 남편 모튼의 대학 동기다.

또 엘린(베라 비탈리)은 스웨덴에서 노르웨이 오슬로로 이주한 이혼녀로, 딸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외로운 여자다. 에이너는 자신의 집 맞은 편에 사는 엘린을 훔쳐보며 그녀 곁을 맴돌고 잉그리드의 남편 모튼은 인터넷으로 엘린을 만난다.

잉그리드는 모튼이 지금의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을 거라 의심한다. 엘린은 모튼과의 실제 만남에서 갑자기 시력을 잃고 당황하지만 둘은 곧 식당에서 그녀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관계를 갖는다.

모튼은 잉그리드에게 사업상 벌이는 파티에 같이 가자고 하지만 그녀가 거절하자 홀로 파티장으로 떠난다. 한편, 엘린은 모튼과의 만남으로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고 그에게 연락하지만 만남을 일회적인 것으로 생각한 모튼은 그녀에게 답을 하지 않는다.

잉그리드는 모튼을 혼자 보낸 후, 후회와 두려움 속에서 자신도 파티장으로 가야할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잠시 뒤 파티장에 나타난 건 잉그리드가 아니라 엘린이다. 그녀는 모튼에게 임신 사실을 말하지만 그는 아이를 낳지 말라고 설득한다.

영화 '블라인드'는 시력을 잃은 잉그리드의 불안감과 그녀의 내면을 담아내면서 현실과 소설 속 상상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물고 있다. 에스킬 보그트 감독은 현실과 상상, 그리고 공간을 넘나드는 연출을 통해 시력을 잃은 사람이 불안감 속에서 세상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려내는데, 그는 시각적 자극으로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에게 더 중요해지는 것은 촉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인물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소설 속 인물 에이너와 엘린은 잉그리드의 내면적 자아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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