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 나의 누나 Les cowboys, 2015' 존재 이유를 찾아 떠도는 카우보이들

반응형

'나의 딸, 나의 누나'는 '러스트 앤 본'의 각본가이자 '예언자'와 '디판'의 각본을 공동으로 쓴 토마스 비더게인의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으로, 다르덴 형제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제68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

프랑스 동부의 한 마을에서 카우보이 축제가 열린 날, 16살의 켈리(일리아나 자베트)는 아버지 알랭(프랑소아 다미앙)과 춤을 추고 나서 어디론가 갑자기 사라진다. 알랭은 처음에 딸이 납치를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무슬림 출신의 청년과 함께 멀리 떠났음을 알게 되자 가족임에도 자신의 딸에 대해 전혀 몰랐음을 깨닫는다.

며칠 뒤 켈리는 편지를 보내와 자신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겠다며 자신을 찾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만 알랭은 그때부터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딸을 찾는 일에만 몰두한다. 어느새 아들 키드(피네건 올드필드)가 훌쩍 자랐음에도 알랭의 딸 찾기가 계속되면서 아내 니콜(아가시 드론)과 키드는 점점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알랭이 고속도로에서 졸음 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사망하자 니콜과 키드는 켈리를 찾는 일을 그만두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9.11 테러 사건이 터지고 그 일을 계기로 키드는 또 다시 누나 켈리를 찾아 떠난다.

'나의 딸, 나의 누나'의 토마스 비더게인 감독은 15년 동안 한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적이고 강렬한 이야기를 우아한 연출을 통해 보여준다.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결말은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감독이 너무 많은 의미를 담으려 하는 바람에 오히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모호해지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해외 평단과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는데 일부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존 웨인이 보안관을 연기한 존 포드 감독의 1956년작 '수색자'(아래 두 번째 영상)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한다.

'수색자'는 남북전쟁 참전으로 고향을 떠나 있던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온 뒤 동생 부부가 인디언들에게 살해를 당하고 조카는 납치되었음을 알게 되자 5년 동안이나 조카를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만난 조카가 너무나 인디언처럼 변해버린 것에 절망한다는 이야기다. 결말에 존 웨인은 조카를 죽여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하는데, 영화는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의 딸, 나의 누나' 역시 '수색자'처럼 인종차별과 타인에 대한 두려움의 문제가 이야기 속에 깔려 있다. 감독은 이 영화가 본질적으로 서부극이라면서 켈리의 동생 키드를 통해 화해와 수용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떼와 함께 끊임없이 떠도는 카우보이들처럼 경계가 모호한 삶을 사는 주인공들의 허망한 삶의 궤적은 마치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