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허무명랑한 인생 A Futile and Stupid Gesture, 2018' 더글러스 케니의 코미디 같은 흥망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은 미국의 유머잡지 '내셔널 램푼'의 공동 창업자이자 코미디 작가 겸 배우였던 더글러스 케니의 짧았던 삶을 그린 영화다. 데이빗 웨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코미디 드라마는 조쉬 카프가 2006년에 펴낸 책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원작의 부제는 '더그 케니와 내셔널 램푼은 어떻게 코미디를 영원히 바꿔놓았나'다.

1960년대 후반. 하버드 대학생 더그 케니(윌 포트)와 헨리 비어드(도널 글리슨)는 학내 유머잡지 '하버드 램푼'의 작가이자 편집자로 일한다. 그들은 졸업 이후 투자를 받아 '내셔널 램푼'이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날고 긴다는 여러 작가들을 모은다.

잡지 사업은 차츰 인기를 끌고 큰 성공을 거두지만 더그가 일에 지쳐 떠나 있던 동안 사업을 추스렸던 헨리는 마침내 자신의 길을 간다. 이후 더그는 영화계에 발을 들여 공동으로 각본을 써서 대히트를 기록하는데 끊임없는 부담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대는 등 몰락을 맞이한다.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은 코미디 작가 더글러스 케니의 삶을 그린 이 영화에 잘 어울리는 우리말 제목이다. 더글러스 케니는 33살의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했지만 유머잡지 '내셔널 램푼'을 펴내 1970년대 미국의 코미디 흐름을 주도하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NBC의 SNL이 탄생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그가 처음으로 각본을 쓴 1978년작 '애니멀 하우스의 악동들'(아래 두 번째 영상)은 1984년에 '고스트버스터즈'가 나올 때까지 가장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 영화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극중에도 나오듯이 그가 두 번째로 각본을 쓴 '캐디쉑'(세 번째 영상)은 그의 몰락을 앞당겼다. 평가가 좋지 못했던 '캐디쉑' 개봉 이후 약 한 달 만에 더글러스 케니는 하와이의 절벽에서 추락사하고 말았다.

영화는 우리말 제목처럼 더글러스 케니의 삶을 명랑하면서도 허무하게 그려냈다. 초반 인터뷰 장면이 그를 '코미디의 판도는 바꿨지만 자신의 삶은 바꾸지 못했던 남자'로 요약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본격 코미디라기보다는 무겁지 않은 전기 드라마에 가깝다. 해외 평단과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는데, 웃음을 주는 대목은 부족하지만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한편 영화의 결말부인 장례식 장면에서 헨리를 포함한 지인들은 일평생 코미디를 위해 살았던 고인을 진정으로 추모하려는 뜻에서 푸드 파이트를 벌이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실제 장례식에서는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진짜 실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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