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논 Anon, 2018' 제목의 뜻과 마지막 장면 설명

영화 '아논'은 앤드류 니콜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제작에도 참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이다. '가타카'로 데뷔한 앤드류 니콜 감독은 '로드 오브 워', '인 타임' 등으로 호평을 받았고, 피터 위어 감독의 '트루먼 쇼'의 각본을 써서 영국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안'이라는 기술을 통해 각 개인의 기억이 에테르라는 데이터베이스에 빠짐없이 저장되는 미래. 피해자의 기억 파일을 재생하면 범죄자의 신원을 간단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살 프리랜드 형사(클라이브 오웬)에게는 범인을 잡는 것이 별로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심안을 해킹해 자신의 신원을 숨기는 연쇄 살인범이 등장하자 시스템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밝혀진 사실은 피해자들이 죽기 전에 하나같이 의문의 해커(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만나 자신에게 불리한 기록을 지웠다는 것이다.

이에 살 형사는 평범한 증권중개인으로 위장하고 아논이라는 ID를 쓰는 그 해커에게 접근해 자신이 바람을 피운 기록을 지워 달라고 부탁한다. 신원이나 과거 사실 등 아무런 기록이 없는 아논은 그의 부탁을 들어준 뒤 유유히 사라지고, 살 형사는 그녀가 범인이라는 증거도 그녀를 추적하기 위한 단서도 얻지 못하는데.

영화 '아논'은 국가에서 개인의 모든 기억을 저장함으로써 익명성과 프라이버시가 사라진 세상이 배경이다. 하지만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연기하는 해커는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 아논이라는 ID를 쓰는데, 아논은 익명을 뜻하는 anonymous라는 단어에서 가져온 것이다.

해외 평단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기술 발전으로 프라이버시가 사라진 미래 세계를 묘사하는 영화의 1장 부분은 흥미롭고 탄탄하지만 중반 이후로는 평범한 스릴러에 머물러 설정이 가진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특출한 해커의 등장으로 시스템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 그다지 위기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앤드류 니콜 감독이 '인셉션'을 리메이크 하려는 것인지 '원초적 본능'을 그대로 가져오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아논'의 이야기 구조는 '원초적 본능'과 거의 흡사하다. 또 일부에서는 영드 '블랙 미러'의 '당신의 모든 삶' 편이나 '악어' 편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는데 앤드류 니콜 감독은 그것들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앤드류 니콜 감독은 어떤 기술이든 무조건 좋거나 무조건 나쁜 것은 없다면서 기술과 인류의 상호작용에 그의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아논'에서 제기하고 싶었던 문제의식은 마지막 장면에서 아논과 살이 나누는 대화 속에 잘 담겨 있다.

살이 아논에게 당신의 비밀이 무엇이냐고 묻자 아논은 '무언가를 숨기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없을 뿐이다'고 대답한다. 국가권력 혹은 감시기술을 대변하는 살은 범죄 등을 막는다는 미명하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아논은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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