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아 라보프의 '서핑 업' 리뷰, 마음이 가는데로 밀어라. 리듬을 타고

이야기의 진부함을 참신한(?) 스토리텔링으로 극복한 영화

 

촌구석에 처박혀서 별 볼일 없이 살아가는 한 소년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영화계 혹은 스포츠계의 대 스타가 길을 잘못 들어 그 마을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마을 어귀에 나와 있던 소년에게 길을 물어본다. 소년은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길 안내를 한다. 그 스타는 소년에게 고맙다며 인사치레로 특별한(소년의 입장에서는 특별하지만 스타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선물을 건넨다. 그 선물을 만지작거리는 소년은 한없는 존경심과 함께 그 스타와 같은 사람이 되기로 인생의 목표를 정한다.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하지만 그에게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리고 덧붙여지는 적절한 교훈.

 

어떤가? 항상 봐오던 할리우드 스타일의 진부한 이야기 형태 아닌가. 사람이 펭귄의 탈을 썼지만 <서핑 업 Surf's Up, 2007>도 이야기는 다를 게 없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얄미울 정도로 머리를 굴린다. 그들은 똑같은 동어반복은 쉽사리 선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공스토리를 시대에 맞게 새로운 형식과 스타일로 포장해서 별반 차이없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보는 듯, 다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재주를 부린다.

<서핑 업>은 현재 방송에서 한창 각광받는 리얼리티쇼 형식을 취한다. 펭귄이 인간흉내를 내니 사실은 다 사기인 거다. 아무튼 TV에 물든 우리들의 눈높이에 딱 맞게 이야기에 끌어들이기 위한 갖가지 현란한 방송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러한 형식은 바로 이거야! 하고 하이파이브를 하게 만들 만큼 성공적이다.

작렬하는 태양, 야자수와 넓게 펼쳐진 해변, 시원하게 해변을 삼킬 듯 밀려오는 파도. 그리고 그 파도 사이로 흰 포말을 일으키며 미끄러져 나가는 서퍼. 환호하는 비키니 차림의 미녀들. 왠지 자본주의적이다.

자본주의의 저급한 첨병인 상업방송의 속물스런 쇼와 스포츠 중계방식의 재현. 그러나 그것은 관객이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를 주장하게 만들기보다는 영화를 즐겁게 보이도록 한다. <서핑 업>에서 서핑의
세계는 우리가 익히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봐왔던 쇼 비즈니스, 프로스포츠 매니지먼트 세계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귀엽다. 비열한 레지 벨라몬트도. 바로 내용에 형식이 보기 좋게 들어맞는 거다. 내가 벌써 물이 들었나.

샤이아 라보프의 목소리 연기는 아카데미 목소리 연기 주연상이 있다면 줘야할 것 같다. 역시 물건이다. 스포츠 매니지먼트계의 비열한 브로커 같은 레지 벨라폰트 목소리의 제임스 우즈는 조연상이 확실하다. 만약 상이 있다면. <서핑 업>에서 레지가 없다면 그것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그리고 연기자들의 목소리를 영혼으로 입은 펭귄을 비롯한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절묘하다. 정말 살아서 움직인다. 특히, 코디 메버릭은 최고다.


 


실사영화에 CGI가 도입되던 초기 시절, 유행처럼 사용되던 것이 물(액체)을 CG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 효과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선사했고 그 다음엔 바다를 3D CG로 본격적으로 만드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서핑 업>처럼 바다를 배경으로 한 본격적인 3D 애니메이션은 늦은 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다큐멘터리에서나 보았음직한 '파도를 타는 서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CG로 만든 바다는 마치 실제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뻔한 스토리지만 재치 넘치는 구성과 대사. 우리가 할리우드로부터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Newradicals의 노래는 또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아참, 그런데 외국애들이 우리가 오징어를 구워 먹는 걸 보면 이 영화를 떠올릴려나.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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